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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Aug 22. 2021

주일 오후 젊은 목사님 부부의 시골 어르신 심방

"누가 우리 집에 온다냐" 봉고차 한대가 윗집 할머니 댁으로 들어왔다. 텃밭에서 풀을 뽑는 나에게 오셔서 풀뿌리를 뽑는 것을 가르쳐 주던 윗집 할머니는 하얀 봉고차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부리나케 집으로 들어가셨다. 차에서 젊은 여자분이 내렸다.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젊은 여자분은 할머니를 아주 반갑게 끌어안았다. 할머니의 막내며느리가 시골집을 찾아왔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런데 운전석에서 빨간 티를 입은 젊은 남자분이 내렸다. 내가 알고 있는 할머니의 막내아들 얼굴이 아니었다. 그럼 시골의 독거노인들을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던데 그런 분인가 보다 생각할 즈음이다.

"목사님 어 짠 일이시요" 

할머니가 반가운 소리로 인사하는 소리를 들었다.

"할머니 따님이세요?"

"아니요 이 집에 살아요"

나는 아랫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얼굴에 미소를 지닌 젊은 사모님은 밭에서 풀을 뽑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할머니의 딸이나 며느리인 줄 알았던 것 같다.

"여기 사세요?"

"아니요 주말에만 내려와요"

"농사지으시세요"

"아니요 그냥 다니러 온 거예요"

밭에서 장화를 신고 호미를 들고 풀을 뽑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내가 아랫집에 살고 있다고 하니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

미소를 지닌 사모님은 나의 호구 조사를 마치고 윗집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교회에 과일이 남았다며 할머니에게 과일을 전달하러 왔다고 했다.

그때 빨간 티 반팔티를 입을 젊은 목사님이 나에게 인사를 하러 오셨다.

"저도 제일교회 출신이에요"

"아 그러세요"

"주일에 예배드리러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못 갔네요."

"오세요"

"광주에서 내려와 코로나 때문에 시골 교회에 가기가 좀 그래서요"

주말마다 우리 집에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본 거 같다면 시골에 내려오면 주일에 교회에 나오라고 이야기하더니 할머니에 돌아갔다.

평생 교회에 다니지 않을 것 같았던 윗집 할머니는 언제부터 인지 모르지만 교회에 다니시게 되었다. 나에게 늘 목사님이 좋은 분이라며 목사님 칭찬을 하셨다. 윗집 할머니는 오늘 왜 교회를 못 갔는지 사모님과 목사님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젊은 목사님 내외가 얼굴이 선해 보였다. 미소를 지닌 사모님의 모습도 좋아 보이고 빨간 반팔티를 입은 목사님도 밝아 보였다. 특히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않은 홀로 계시는 시골 어르신을 심방을 하며  안부를 확인하고 가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른풀들 사이에 홀로 핀 노란 상사화 피어있다. 시골집 담벼락 아래 잡초가 무성해 풀 타는 약을 두 주 전 했었다. 그 독한 약기운도 이겨내고 노란 상사화 꽃 한 송이가 피어있다. 생명은 이토록 강한 것일까? 원래부터 이곳에 노란 상사화가 피었는지 궁금해진다. 노란 상사화의 밝은 기운이 마른풀로 가득한 담벼락 아래를 밝게 비추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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