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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Aug 24. 2021

시골집 문 수리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어 오던 시골집 문과 입구를 수리했다.

시골집에 혼자 살고 계시던 엄마는 늘 시골집을 새롭게 수리하고 싶어 하셨다. "새집에서 한번 살아보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늘 말씀하신 것이다. 우리 집 아랫집이 불이 나고 나서 정말 새롭게 지은 후부터였을 것이다. 집을 새롭게 지은 아랫집에 다녀오신 엄마는 깨끗하고 편하게 만들어진 그 집이 부러우셨다.


텃마루가 있던 시골집이 언제 개조가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가 아프시던 시기 일 것으로 추측을 해본다. 아버지가 편하게 다니실 수 있도록 큰오빠는 옛날 집을 개조를 했다. 그전에 집이 한번 개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집 구조를 그대로 두고 집안을 수리했기 때문에 집은 울통불퉁 하다고 할 수 있다. 뭔가 어설픈 것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구조가 맞지 않았다.


새집에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셨던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본인도 바로 연약해지셔서 시골집은 원하는 새집으로 변신하지는 못했다. 만약 아버지가 아프시지 않고 건강하셨다면 어쩌면 시골집은 최신식으로 변모되어  깔끔하고 편리하게 지으셨을 것이다. 가장 불편한 것은 시골집의 방문이다. 4짝의 나무 문은 늘 뻑뻑해 잘 열리지 않았다. 문을 열 때마다 잘 열리지 않아 짜증을 내며 열어야 했다.


시골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문턱이 높은 곳을 휠체어를 밀고 오르락내리락 하자 내손이 병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도 시골을 주말마다 계속 내려오다 보니 여전히 높은 문턱에 힘겨워했다. 그래서 결정을 내렸다. 입구 문턱과 방문턱을 낮추고 말을 듣지 않은 문을 교체하는 것으로 말이다.


가까운 지역의 집수리를 하는 곳에 전화를 하고 상담을 받았다. 시골집에 방문을 하시더니 문턱만 내리겠다는 나의 의견에 방구들장을 새롭게 해야 하고 앞문 수리도 해야하고 거실도 뜯어야 하고 부억뒷칸도 내려야 하고 결론은 집안을 전체 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리비 2천만원이 들거라고 했다. 문을 낮추는 것만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인이 문을 수리해 주겠다는 제의했다. 광주에서 시골까지 내려와 집 수리를 해달라고하기는 쉽지않은 것이었다. 휴가차 시골에 내려온 지인 부부는 집을 수리해 주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이틀을 시골집에서 자고 먹고 하면서 방문턱을 내리고 입구를 수리해 놓았다.


공사가 끝나고 시골집에 내려가 보니 휠체어를 밀고 올라가기 힘들었던 입구도 경사로를 만들어 쉽게 휠체어를 밀고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방문턱이 높던 곳도 턱을 낮추어 놓았다. 화장실 턱도 낮추어져 있었다. 엄마가 움직이는 동선은 모두 수리한 것이다. 시골에 내려와 엄마의 휠체어를 밀고 집안을 다녀보았다. 힘들일이 없었다. 집안에서 너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데 진작 할걸 하는 생각이 든다.


"아야 아까부터 어떤 여자가 저기 앉아서 안가야"


텃밭에 풀을 메다가 집에 들어왔더니 엄마가 말씀하셨다.유리문으로 보이는 거실의자를 보았지만 앉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잠시 등꼴이 오싹하려고 한 순간 유리문으로 텔레비젼 방송이 비춰보였다. 인간극장의 젊은 여자 출연자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엄마가 밖을 잘 볼 수 있도록 유리문으로 문을 교체해서였다. 텔레비젼 화면이 두개나 생겼다. 엄마의 생각주머니가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해주기를 바란다.


우리 속담에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럴때 쓰는 말일 것이다. 무슨일이 생기고서야 후회해도 늦을 때가 있다. 내몸이 더 나빠지기 전에 이렇게 라도 수리를 했으니 다행이다. 집을 떠나 있을때는 시골집이 내 기억속의 모습에서 변하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살아보니 옛것을 고수하는 것도 좋지만 불편함보다는 편리하게 살아야 몸이 편하다는것을 깨닫는다.


4짝씩 8짝이나 되는 미닫이 문이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집에서 실려나가지 못하고 마당에 덩그라니 남아있다. 마당에 버려진채 불에 태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래된 미닫이 문짝의 기억은 연기처럼 사라지겠지만 마음속에 미닫이 문을 힘겹게 밀던 기억은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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