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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Dec 14. 2023

엄마를 돌보는 평온한  날에 쓴 편지

안녕! 정말 오랜만에 편지라는 거를 써봐 그 옛날에는 그렇게 편지 쓰기를 좋아했지.

 나는 지금 문이 닫힌 방안에 있어.  단 2명밖에 앉을 수 없는 책상에 앉아 이편지를 쓴다.베란다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는 것이 나의 일상중 가장 사치 스러운 것인지도 몰라. 그 창문 앞에 놓여있는 몬스테라, 나비란, 그리고 행운목 , 그사이로 작은 화분들이 살듯 죽을듯 그렇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어. 방안에는 엄마가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어. 아주 조용한 이 공간속에서 내가 쓰는 편지의 타자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그런데 조용함에 집중하다 보니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어서 소리의 근원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무슨 소리일까? '꽥꽥 '오리 소리 같기도 하고, 자세히 들어보니 빈집에 홀로 남겨진 강아지의 마지막 사투라는 것을 깨달았어. 어쩌면 홀로 남겨진 서러움에 짖어대다, 그 울분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짖고 있는 것을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야. 너무 짖어서 기운 없는 강아지의 소리는 이제 성대 끝에서 나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아. '꽥 꽥' 그치지 못하고 짖어대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내 삶도 마찬가지일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들더라.

엄마는 아직도 잠을 자고 있어. 깨울까 말까 고민 중인데 깨우자니 나의 고요가 방해받을까 두렵고, 이렇게 낮잠을 자다가 밤에 잠을 자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야 . 어젯밤만해도 10시반. 새벽1시반 새벽 3시반 엄마의 호출은 계속 이루어 졌지만 나는 모른척 하려고 했어. 그런데 전동침대의 스위치를 눌러 일어난 엄마가 막아놓은 난간바를 흔들어 대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만 했어.


낮에는 모든 것이 평화롭기만 한데.  밤이되면  나의 수면이 방해 받게 되니 평화가 깨지고 머리속이 혼미해지네. 이런 생활이 벌써6년째가 되어가니  낮으로도 이어져 어지럼증이 발생해 건강이상신호가 뜨게 되었어.

강아지의  '꺽꺽' 대던 울음소리는 이제 조용해졌어.주인되 돌아왔을까 아니면 제풀에 지쳐 소리를그쳤을까.  엄마도 이제 잠에서 일어나야 될 시간이야. 오늘 낮의 평안이 밤의  평안으로 이어지도록 기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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