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모니카 Nov 04.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200

2024.11.4 김용택 <11월의 노래>

일주일 전, 복실이의 유선암종 하나가 터지면서 저의 일상에 드디어 슬픔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어요. 결국 너무 뒤 늦게 수술을 결정하고요. 치료수술이 아니라, 무거운 혹을 떼어내고 잠시라도 고통을 완화시켜 볼까하고 하는 수술이예요. 제 가족들에게 아마도 한 달여 이내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을 줄 거라는 의사의 말. 그래도 세상사 모를 일이라,...      


지난밤은 유독 더 긴 밤. 밤새우며 아픈 누군가를 바라보는 일은 상심의 지름길. 약 먹이고 패드 갈아주고, 눈동자를 보며 계속 말을 시켜주고요. 진통제가 미약하나마 효과가 있는지, 몰아쉬던 거친 숨결이 조금 부드러워졌어요. 사람 같으면 죽겠다고 할만큼 고통이 심한 단계라고 했는데 제가 팔다리 얼굴을 만져주는 일 외에 할 수 있는데 많지 않아요. 어제 낮에는 혹시나 책방에 다시 오지 못할수도 있을까봐 이리저리 사진도 찍어주는데, 멀쩡한 움직임으로 응대하더군요. 근데 밤과 새벽에는 상당한 고통인 듯 해요.    

 

저도 예전에는 ‘무슨 개한테까지 수술을... 돈이 얼만데‘라는 말이 쉽게 나왔었어요. 근데 아픈 생명이 눈 앞에 있으니, 그게 그렇게 되지 않아요. 정말 돈이 문제가 아니고, 끝까지 생명을 지키려는 그 몸부림에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죠. 낯선 도시길에서 두 번이나 길을 잃고 헤매었어도, 두시간 이상 걸려서 다시 상면하는 긴 인연이었으니, 오늘 분명 잘 수술하고 나올 것을 기도할뿐이예요.      


어제 책방주위를 둘러보니, 나뭇잎마다 갈색 홍색 밤색 등 얼룩덜룩한 가을빛깔이 봄꽃 피듯이 가득하더군요. 바람 한 점에도 쉬이 고개를 떨구는 잎들을 보며 좋은 벗들과 차 한잔 마시며 가을밥상 한번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훅 쳐갔어요. 하긴 금주에는 출판사로서 올해 마지막 작품이 될 시집과 에세이집을 출간한 작가들의 출간회까지 있어서 따뜻한 팥떡 준비하여, 손님들을 맞이하게 되겠군요. 여러 일로 마음은 복잡하지만, 이 또한 중요한 일이니,,, 신간 두 종을 소개먼저 하고, 예쁜초대장도 보내드릴께요. 오늘 만나는 모든 이가 건강하시길!!  김용택시인의 <11월의 노래>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1월의 노래 -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 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 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롬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 납니다.

<사진, 박세원 문우>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봄날아침편지19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