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복실이의 유선암종 하나가 터지면서 저의 일상에 드디어 슬픔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어요. 결국 너무 뒤 늦게 수술을 결정하고요. 치료수술이 아니라, 무거운 혹을 떼어내고 잠시라도 고통을 완화시켜 볼까하고 하는 수술이예요. 제 가족들에게 아마도 한 달여 이내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을 줄 거라는 의사의 말. 그래도 세상사 모를 일이라,...
지난밤은 유독 더 긴 밤. 밤새우며 아픈 누군가를 바라보는 일은 상심의 지름길. 약 먹이고 패드 갈아주고, 눈동자를 보며 계속 말을 시켜주고요. 진통제가 미약하나마 효과가 있는지, 몰아쉬던 거친 숨결이 조금 부드러워졌어요. 사람 같으면 죽겠다고 할만큼 고통이 심한 단계라고 했는데 제가 팔다리 얼굴을 만져주는 일 외에 할 수 있는데 많지 않아요. 어제 낮에는 혹시나 책방에 다시 오지 못할수도 있을까봐 이리저리 사진도 찍어주는데, 멀쩡한 움직임으로 응대하더군요. 근데 밤과 새벽에는 상당한 고통인 듯 해요.
저도 예전에는 ‘무슨 개한테까지 수술을... 돈이 얼만데‘라는 말이 쉽게 나왔었어요. 근데 아픈 생명이 눈 앞에 있으니, 그게 그렇게 되지 않아요. 정말 돈이 문제가 아니고, 끝까지 생명을 지키려는 그 몸부림에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죠. 낯선 도시길에서 두 번이나 길을 잃고 헤매었어도, 두시간 이상 걸려서 다시 상면하는 긴 인연이었으니, 오늘 분명 잘 수술하고 나올 것을 기도할뿐이예요.
어제 책방주위를 둘러보니, 나뭇잎마다 갈색 홍색 밤색 등 얼룩덜룩한 가을빛깔이 봄꽃 피듯이 가득하더군요. 바람 한 점에도 쉬이 고개를 떨구는 잎들을 보며 좋은 벗들과 차 한잔 마시며 가을밥상 한번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훅 스쳐갔어요. 하긴 금주에는 출판사로서 올해 마지막 작품이 될 시집과 에세이집을 출간한 작가들의 출간회까지 있어서 따뜻한 팥떡 준비하여, 손님들을 맞이하게 되겠군요. 여러 일로 마음은 복잡하지만, 이 또한 중요한 일이니,,, 신간 두 종을 소개먼저 하고, 예쁜초대장도 보내드릴께요. 오늘 만나는 모든 이가 건강하시길!! 김용택시인의 <11월의 노래>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