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고 톨스토이는 물었지요. ’사랑‘으로 사는 거라고 답을 내리지만 그 사랑이란 실체는 무엇인가요. 혹시 그 모습이 사람마다 다른 거라면 어쩌지요? 라고 되 묻고 싶어지네요. 모두가 말로는 글로는 ’사랑‘이라고 하는데, 진실로, 참말로 ’사랑‘을 보여달라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망설임이 안개처럼 드리워지니까요.
적어도 어제 제가 주관한 출간회는 칠순을 맞는 두 분의 평생이야기를 ’사랑‘의 맘으로 감싸며 진행해온 일이었습니다. 인생의 선배들께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은 큰 공부이지요. 그러니 그 일을 함에 최소한 ’사랑‘ 이라는 두 글자정도는 덮어놓고 시작해야 예의라 생각했어요. 지난 6개월 이상의 작업과정이 잘 마무리 될 때까지, 두 작가들의 끊임없는 양보와 겸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특별히 어제는 정말 시골집 잔치마당처럼, 작가들의 고향분들이 많이 오셔서 더욱더 즐거웠어요. 요즘 세상은 결혼식도 장례식도 얼굴 한번 보이지 않고 모두 문자로 형식인사를 하는데, 종이책 한 권 냈다고 머나먼 남도 땅에서까지 고향분들이 오셨으니... 이 얼마나 따뜻하고 정있는 세상인가요. 작가의 삶이 어떠했는지, 한 눈에 알수 있었답니다. ’내 인생에 모두가 스승이었다‘라고 말씀 하신 작가님 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랑‘을 보여주신 분이었습니다.
꾸물꾸물하니 흐릿한 날씨 색이 왠지 편안함을 주네요. 늦잠 잔 것을 허락하는 듯,,, 오늘도 변함없이 수업도 있지만, 그래도 큰 일 하나를 끝냈으니, 어디선가 날아오는 기러기떼나 바라보며 휴일을 보내렵니다. 어제 행사에서 축하 시낭송으로 들었던 김대규 시인의<가을의 노래>를 함께 들어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보낸다
주여!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死者)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사진제공, 노정임문우>
<그림제공, 노정임문우>
<그림제공, 이정숙문우... 행사에 쓰시라고 떡을 보내주신 오선숙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