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농담으로 남의 편이라 하지요. 그러니 남편의 친구들은 얼마나 또 먼 남의 편인가요. 게다가 그 친구들의 아내들은 말할수 없이 멀고 먼 남의 편인게지요. 그런데 일년에 한 두 번 만나는 이들마저도, 내편은 고사하고 남의 편자리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되는 나이가 되었나봅니다.
연로하신 부모님들께서 찬바람에 하나 둘, 은행잎 떨어지듯 가시는 마당에 모인 자식들과 그 친구들의 모습. 이름모를 나무의 깊고 큰 그루터기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사회에, 제 나이쯤이면 아직도 남성중심의 사회구조가 좀 더 익숙해보여서 그런지 남편 친구들의 건강이 걱정되어, 더 자주 만나서 회포를 풀으라 요청했네요. 서서히 정년을 맞으며, 청춘의 에너지는 고갈되지만 색이 다른 중후한 열정으로 주기적인 만남을 가지라고요.
오늘은 토요일, 뜻하지 않은 학생손님들이 오셔서 책방에서 하는 시화판넬 그림그리기 활동을 하신다고 합니다. 타 지역에서 오시는 이 분들은 블로그를 통해 말랭이 마을 책방을 알았다네요. 마을의 기념장소를 둘러보고, 좋은 문구와 그림을 쓰는 시화판넬을 만들어서 단체방을 장식하고 싶다는 말씀. 이번에는 유독 의미로운 활동이 되겠구나 싶습니다.
어반스케치를 강의하시는 지인이 도와준다 하시니, 저는 딸랑거리며 학생들 준비물이나 잘 챙겨주고, 사진은 예쁘게 찍어드리려 합니다. 이왕이면 말랭이 어머님들이 하시는 파 부침개도 사 드시도록 유혹해야겠어요^^ 연 3일째, 책방옆 카페의 은행나무를 바라보는데요, 분명 주말 이틀 사이 짙노랗게 탈바꿈 할 은행잎을 보고 싶어서, 멀리 갈수도 없는 마음이 끙끙댑니다. 주변에 온통 낙엽들로 거리가 출렁거리는 것을 보면 덩달아 마음까지 울렁거리기도 하고요. 주말동안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에 더해질 당신의 발자국길 한번 만들어보세요. 김경미시인의 <가을의 요일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