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곽재구<파란 가을의 시>
아들 딸의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또 다른 진로를 선택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지요. 자신의 본래 꿈을 찾기위해 시도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본주의 현실을 쫒아간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의료계열에 재 입학한 경우는 한쪽으로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회의 불평등 구조속에 그들이 걸어들어가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 역시도 젊은 나이니 가능한 일이라고, 그들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해주었답니다.
어제는 중3학부모에게 고등학교 선택기준과 대학진로상담을 해드렸는데요. 아직 꽃도 피우지 않은 자녀의 앞날을 예측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 하지만 저도 같은 경험이 있었기에, 조금은 넉넉하게 여러학교를 비교하며 설명해드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선택을 강요하지 마시고, 자녀와 충분히 대화하고, 그의 의견을 존중하셔야 된다고 말씀드렸죠. 살아온 부모는 세상속에서 기준점을 알수 있지만, 그래서 그것이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말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가 미래를 에측할수 없는 두려움에 정서적 공감을 하셔야 된다고도 말씀드렸죠, 기말고사가 끝나면 중3학생들과 이런저런 진로상담을 할 시기가 다가왔네요.
저도 대학때의 본 전공을 두고 뒤늦게 시작한 영어학문. 평생의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자주 말해줍니다. ‘늦은 건 없더라. 언제든지 할 수 있어’라는 말로 위로와 격려의 멘트를 날리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음을 미리 전달할 수는 없는 일이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선택해야 됐음을 더 늦은 나이에 알게되는 것이 인생인가봐요. 하지만 공자님왈, ‘무엇을 아는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子日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巢之者>라 하셨으니... 나이를 떠나 자신을 위해 즐기는 일이야 마라로 진정한 앎이 아닌가 합니다. 곽재구시인의 <파란 가을의 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파란 가을의 시 - 곽재구
가을에는
먼 길을 걷습니다
파란 하늘을 보며 걷고
파란 강물을 따라 걷고
언덕 위의 파란 바람을 따라 걷습니다
가을에는
마주치는 이의 얼굴도 파랗습니다
염소를 몰고 가는 할머니의 주름살도 파랗고
계란이 왔어요 번개탄이 왔어요
장돌림 봉고차의 스피커 목소리도 파랗습니다
바닷가 마을에서 잠시 눈인사를 나눈 우편 배달부의 가방 안엔
파란 편지와 파란 파도소리가 가득 담겨있지요
가을에는
먼 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걷다가 파란 하늘을 만나면
파란 나무를 사랑하고
파란 뭉게 구름을 만나면
파란 뭉게구름을 사랑하고
파란 거미줄과 파란 달빛을 만나도
금새 사랑에 빠지지요
아, 저기
파란 징검다리 위로
파란 얼굴의 가을의 신이 건너오고 있습니다
그에게 파란 가을의 시를 들려주기 위해
나 또한 징검다리 위로
파란 바람처럼 건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