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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288

2025.1.31 조정권 <겨우내내 움츠렸던>

by 박모니카

서해의 해안선따라 드라이브 왕복 3시간여 -군산항에서 장항항, 춘장대, 무창포, 죽도의 상화원, 대천항, 오천항까지– 혼탁한 마음의 중심찾기에 홀로여행처럼 좋은 것은 없지요. 새벽 엄마와의 데이트를 마치고, 책방을 오던 길에 방향을 바꿔 잠깐동안 고요한 겨울눈길 찾아서 바다구경하고 왔네요.

저는 태생이 바다섬이라서 그런지 시름이 있어도 즐거움이 있어도 바다와 함께 하면 온갖 상념에 맛이 더해집니다. 가까운 장항항 쪽에 갔다고 해안선 지도를 보니, 저 멀리 오천항에 있는 충청수영성이라는 성곽과 정자가 보이더군요. 검색사이트에 올라온 전경에 맘이 딱 들어맞아 그곳을 목적지로 하고 출발했지요. 커피한잔 들고, 국어학습에 관한 영상하나 틀고서요.


오천항 옆 충청수영성은 서해로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해 쌓아 올린 석성으로 1509년(조선 중종 4)에 축성, 옛날 서해안 방어의 요충지이자 석조예술의 정수이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라고 이정표가 있었어요. 충청수영성은 천수만 입구와 어우러져 있고 조선시대 문객들의 자주 찾았던 성내의 정자 영보정과 이곳에서 보이는 오천항구는 아름다운 한폭의 자연풍광이었습니다. 서문 밖 갈마진두(渴馬津頭)는 충청수영의 군율 집행터였는데 병인박해(丙寅迫害) 때 천주교 신부 다섯 명이 순교한, 갈매못 순교성지도 있습니다. 역사적 기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한번 검색해보시고, 일부러라도 바람쐬러 갈 만한 곳이라 추천합니다.

설날기념으로 내려았던 눈이 스스로 녹아내리는 소리에 가끔 마음도 털썩 내려앉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책방을 두루 구경하는 손님들 서넷분들이랑 말 한마디라도 나누다보니 하루종일 입을 닫고 사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글을 쓰다보면 속말이 항상 들려와서 말이 고프다는 생각을 안하는 편인데도, 겉말로 주고 받는 대화가 엄청 소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오늘부터 학생들 수업으로 복귀, 설에 준비한 과일, 과자 등을 준비하렵니다. 오늘이 1월의 마지막 날, 혹시나 시간이 나면 가까운 지역으로 새 겨울빛깔을 찾아 드라이브 한번 하고요. 주말로 연휴가 이어지니 아직도 많은 휴일이 있지만, 매일을 기준으로 삶의 날을 생각하면 휴일(休日)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휴일 속에서도 시간을 알차게 챙겨보시길... 오늘의 논어구절은 德不孤, 必有隣(덕불고, 필유린) -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이인편 –입니다. 조정권시인의 <겨우내내 움츠렸던>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겨우내내 움츠렸던 – 조정권


겨우내내 움츠렸던

마로니에 나무가지에

움이 돋기 시작하더니

툭툭 불거지기 시작하더니

요열마 전까지는 물이 서서히 비치기 시작하더니

며칠 사이는 물빛이 뚜렷하게 보이더니

저마다들 몇밤만 지나면 나온다는 소리까지 들리더니

오늘은 일제히 움을 찢고 새파랗게 잎순들이 나왔습니다.

아 참 반갑습니다.

뜨시뜨시한 밥 한 사발

아랫목에 감추어 두었다가 내미는 마음

아 참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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