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24 이해인 <봄날 같은 사람>
엄마와 함께 시 낭독, 김소월 시와 김영랑 시 몇 편을 읽었지요. 김소월의 <산유화>를 읽으시고는 ‘뭔 시가 이렇게 심심하다냐. 꽃 피고 새 우는 것은 봄이면 다 하는 일인디, 이런 시는 나도 쓰겄다’ 하시길래, 그래도 겁나 유명한 시인들이라고 설명해드렸죠. 난생 처음 시라는 것을 읽는 당신의 떨리는목소리. 아마 쓰고 있던 돋보기도 덩달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을 것입니다. 하여튼 5편이나 읽으시고, 나름 시에 대한 평론도 하시면서 저녁밥까지 맛있게 함께 먹었네요. 올해는 규칙적으로 엄마께 시를 읽어드릴 생각입니다.
책방으로 돌아와 도올 선생의 중용강의를 듣고 있는데, 카메라 한 대가 들어오더군요, <EBS고향민국>이라는 다큐프로그램이라고, 함께 온 해설사께서 책방 내부를 중심으로 질의 응답을 하셨어요. 갑자기 PD가 제게 인터뷰해도 되냐고 묻더군요. 화장기 하나없는 꽤재재한 모습이라, 거절했는데, 마을사람으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특히 시집이 많은 것이 눈에 띈다고 했어요. 그 말에 혹 하니, 인터뷰에 응대했습니다. 군산을 소재로 쓴 시인들의 작품이 궁금하다고 해서, 마침 전재복시인의 시집 <시발>을 보이며 목차를 읽어주었지요. PD의 호기심으로 상당한 분량의 촬영이 있었답니다. 3월 어느날 나온다하니, 그때 제 모습이 볼만하면 링크하고요, 아니면 저만 보겠습니다.^^
제가 해마다 도전하는 공모전이 있는데요, 어제 밤 두 편을 보냈어요. 글을 쓸때마다 느끼는 바, 글실력이 부족할수록 수식어가 늘어진다는 사실,,, 제가 그렇거든요. 알면서도 축약되어 담백하게 글을 쓰는 재주가 없어서 늘 공부하고 또 공부합니다. 몸에 와 닿은 체감을 동사형으로, 가능한 형용사 부사를 줄여서 토대만 살리고, 고정관념적인 용어를 또 다른 표현으로 쓰는 법. 머리로 아는 것과 활용하는 것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네요.
올해 봄날의 산책 첫 번째 에세이집을 출간 기획중인데요, 그 분량속에 제 글도 포함되어 있어서, 일단 제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다른 작가들의 글을 편집할 때 자신감이 생기니까요. 동시에 유명작가들이 말하는 좋은 글쓰기의 비법들도 열심히 들여다보구요. 금주간은 2월의 마지막 주간이자, 신학기 3월을 맞는 바쁜 날들이군요. 주어진 시간을 자유롭게 제 몸에 맞출수 있는 묘법, 바로 일의 순서정렬 이겠지요. 오늘도 하시고자 하는 일에 걸림없는 봄바람이 자유롭게 들고나길... 오늘의 논어구절은 君子無所爭 (군자무소쟁)
-군자는 다투지 않는다, 팔일편 –입니다. 이해인시인의 <봄날 같은 사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날 같은 사람 – 이해인
힘들 때일수록 기다려지는
봄날 같은 사람
햇살이 쬐이는 담 밑에서
싱그럽게 돋아나는
봄 나물 같은 사람
온통 노랑으로 뒤덮은
개나리 같이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사람
조용한 산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처럼
꼬옥 또 보고 싶은 사람
어두눈 달밤에도 기죽지 않고
꿋꿋이 자기를 보듬는
목련같은 사람
봄소식들을 무수히 전해 주는
봄 들녘처럼 넉넉함을 주는
그리운 사람
너무나 따스하기에
너무나 정겹기에
너무나 든든하기에
언제나 힘이 되는 사람
그 사람은 봄날 같은 사람,
바로 당신입니다.
사진, 지인제공
EBS촬영PD(군산작가코너)
엄마의 시 낭독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