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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336

2025.3.20 송진권 <춘분>

by 박모니카 Mar 20. 2025

춘분(春分), 드디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나요. 실제로는 2-3일 전에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막상 춘분날에는 낮의 길이가 길다고 하더군요. 학원운영상, 학생들의 이동과 안전에 민감한 편이라, 밤이 긴 시간들은 늘 마음을 졸이는데요, 실제로 며칠 전부터는 외부의 밝음이 창가로 오래 남아있어서 낮이 확실히 길어졌음을 알고 있었지요.      


제가 텃밭에 먹거리를 심는 초보농사꾼 모습을 한지도 벌써 7년차. 서너군데의 땅 중에서 2년 전 감자수확에 대풍년을 일구었던 땅을 다시 찾았어요. 일상이 하도 바빠서 올해는 지인이 주는 푸성거리 덕이나 좀 볼까하고 밭을 찾았는데, 하필 어제 아침 햇살이 어찌 그리 이쁘던지... 밭에 쏟아진 햇살을 붙들고 쏘옥쏘옥 올라온 연푸른 잡초들 마저도 귀엽게 보이고, ‘아, 이곳에 감자나 한번 또 심어볼까?’하는 욕심이 불쑥 솟아났지요. 때마침 주인 할머니께서 오랜만에 만났다고 극진히 상견례까지 하다보니, 저절로 또 올해도 밭의 주인이 되겠다고 손가락까지 걸고 왔네요. 아마도 농부님들이 이런 마음이겠지요.^^     


지인 밭에서 봄동을 가져와서 또 지인들과 나누고, 쪽파 대파 손질하고 나니,,, 왠지 마음이 꽉 찬 듯, 저절로 봄노래가 흥얼거렸답니다. 사실, 하루종일 8시간 가까이 학생들과 수업하며 목소리에 잔 기침과 약간의 두통이 가득한 채로 귀가했지만, 무슨 힘인지, 푸성거리만 보았는데도 초록물이 제 마음에 뚝뚝 흘러내려서 천연 비타민을 먹은 듯 했답니다.     


달력에 춘분이라고 써 있어서 이런 저런 내력을 읽어보는데, 조상들은 춘분을 ‘나이떡 먹는 날’이라 하며 떡을 먹었다 하고, 저도 오늘 떡집에 가서 떡 한점 먹어볼려고 해요. 또 중고등부 중간고사대비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학생들의 열공맛을 돋울 미끼로 맛난 꿀떡 좀 사서 함께 먹어야겠어요... 먹을 것이 많은 세상이라 무엇이나 안 먹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래도 제가 일일이 입까지 넣어주면 다 먹거든요~~

요즘 송진권 시인의 시집을 자주 읽고 있는데요, 제목이 <춘분>이어서 쪽지를 접어 두었답니다. 함께 읽어보시게요. 오늘도 윤씨 탄핵 결정문을 애타게 기다리면서...봄날의 산책 모니카.     


춘분(春分– 송진권     


하이타이 듬뿍 풀어 이불 빨래 다라이에 담가놓고

버글버글 일어난 거품들 둥둥 떠다니던 날     


젖먹이 엄마가 포대기 해 아기 업고

놀러 온 동네 꼬맹이들까지 둥둥 걷어붙이고

맨발로 빨래를 밟으며 온 동네 떠나가라 웃던 날     


저는 못 하게 한다고 입이 닷발이나 나온 막내가

바지랑대 함부로 걷어차 빨래에 흙 잔뜩 묻은 날

더러 마른 기저귀들은 바람에 날아가

달이산 자락에 척척 연 걸리듯 걸려

산벚꽃 펑펑 터지던 날

온 동네 흥성흥성 일어나던 날     


펌프 우물도 쿨렁쿨렁 웃음을 흘리던 날

온 산에 버글버글 하이타이 풀어놓아

퍽퍽 치대고 말끔히 헹궈 탈탈 털어 놓어놓던 날

밀짚 잘라다 비누 거품 불며 둥둥 날아다니던 날    

 

앞뒷산도 버글버글 거품이 일어

저 어디 다른 데나 가볼까 몸 부풀리며 일어서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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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구례산수유마을 꽃샘추위(3.19,화)풍경(지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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