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24 유치환 <깃발>
영어를 잘하려면 모국어를 잘해야 된다고 말하는데요. 특히 초등자녀의 상담시 가장 강조하는 말입니다. 최소 4학년 이전에 모국어의 이해와 활용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하셔야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대부분, 모국어를 듣고 말하기, 조금 더 나아가 읽기까지는 공감하지만, 쓰기교육에는 무조건 어렵다고 말합니다. 교육밥상에 거의 올려놓지도 않고 맛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어제도 고등부 수업에서 내신준비로 본문의 내용을 한 줄씩 써보는 시간이 있었어요. 물론 안보고 쓰는 작문도 아니고, 본문을 보면서 끊어 쓰고, 동시에 해독하는 시간인데요.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은 이것마저도 어려운 일이예요. 그래서 문장의 주 성분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을 설명하면서, 예시를 보여 주었어요. 학생들이 느끼는 어려움의 저변에는 모국어이해가 부족함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고등생이라도 지금부터 이해시키면 될 수 있다고 믿는 저는 한자어를 무조건 ‘우리말’로 풀어서 설명해줍니다.
‘봄’이 왔지요. 봄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할 거예요. 저는 주말동안 몸이 요청하는 대로 쉬고 싶어서 책 한 장 넘기지 않고 몇 편의 드라마를 보았는데요. 갑자기 제주의 봄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었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유치환 <깃발>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만 들어도 맘 속에 와 있던 ‘봄’이 저절로 일어나 노래했습니다. 이 드라마가 젊은 청년들, 특히 중고생에게 엄청난 인기라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싶어요. 수능공부를 벗어나, 실 생활-드라마를 통해서라도-에서 근대시인들의 이름과 시 제목, 시 내용을 듣고, 시를 종알종알 할 수 있으니, K문화 강국으로 향하는 정신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오늘은 유치환 시인의 <깃발>을 들어보시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깃발 –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사진제공, 안준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