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27 송진권 <음덕>
제주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직접 들은 적은 없는데,,, 알수 없는 길고 긴 물길을 따라 내려가 전복하나 찾아 들고 올라오기까지 숨 쉴 수 없는 그녀들의 또 하나 심장소리 ”휴~~~~“. 어제 오후 제게도 그 소리가 이입되었던 순간이 있었지요. 저 개인과는 상면한 적도 없는 정치인 000의 무죄!!!. 가슴을 쓸어내렸답니다.
그 소식 이후 학원안에서의 제 발걸음가 날름 날름, 목소리에 흥얼흥얼. 학생들이 금방 알았나봐요. ‘원장님 기분이 좋아 보이세요. 목소리도 거의 나은 것 같아요’ 라고 묻길래, ‘어!, 좋은 일이 있어. 이제 곧 푸른세상 다 보이는 곳에 도착할거야. 우리도 열심히 공부하자’ 라고 대답했어요.
전국에 귀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을까요. 화마까지 와서 민심이 들끓고, 그 여파로 별의별 소리가 난무하여 사람들을 이간시키고, 이제는 법에 대한 믿음마저 완전히 사라지려 할 때였습니다. 탄핵결정이 안 되니, 오죽하면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소식에도 귀를 닫고 싶어할 정도였으니... 죄스럽습니다. 그래도 어제 말랭이언덕에 슬며시 내려앉는 습한 기운들을 만지면서, 버튼만 누르면 인공비가 내리는 무슨 기술을 만들어야 겠다 까지 생각했지요.
한달에 한번 줌으로 시를 낭독하는 시간, 어제는 송진권 시인의 <원근법 배우는 시간, 창비2022>으로 참가자들과 시인이 함께 모여 100여 편의 시 전체를 낭독했어요. 어제 만난 시인과 시는 이 난국에 국민들에게 남겨진 상처를 가장 부드러운 손길로 치유해준 작품이 아닌가해요. 정지용 문학관이 있는 충복 옥천에서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는 시인, 언듯 보기에도 정말 ‘촌사람’ 인 송시인은 자연과 사람의 선함이 결국 이 세상을 움직이게 해준다는 뚜렷한 믿음을 시를 통해 들려 주었습니다. 가끔 화나고 힘들 때 이 시인의 시집을 열어 아무쪽이나 읽어만 보아도, 제주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동시에 들려올 것입니다.
밤새 비가 좀 왔으려니 했는데, 생각 만큼은 아니군요. 산불 완전 진화까지 상당한 비가 와야 한다는데요. 이 또한 국민들의 염원이 하늘에 닿길 기도 할 뿐입니다. 송진권 시인의 <음덕>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음덕 – 송진권
나야 아부지 덕 보고 살지
혼자 사는 늙은이들 불쌍하다고
우리 소 몰고가서
논 갈아주고 밭 갈아주고
저녁밥 한끼 얻어먹고
막걸리 한잔 먹으면 그만이던 분
동네 사람들 다 손가락질하며
사람이 미련하니께 저렇게 기운만 시어서
품삯두 제대루 못 받구 남의 일만 하구 돌아다닌다고 해두
그냥 웃기만 하던 아부지
제 일도 제대루 못 추면서
남의 일만 직사하게 하러 댕긴다고 엄마가 원수를 대두
아, 그이덜은 혼자배끼 없는디 워뜨캬
나래두 가서 해야지
오죽하면 서울 사는 윤생이가 부모님 모셔 간댔어두
그 부모라는 분들이 안 가구
우린 여기서 용재(우리 아부지)랑 살란다고 해서
들락날라 그 집 일 다 봐주던 아부지
그이들 돌아가셨을 때두 굿은일 다 해주던 양반
그이들 땅 부치다가 아부지한테 말도 안 하고 윤생이가 땅을 팔아버려서
거름 내놓은 게 다 헛일이 되었어두 말 한마디 안 하던 아부지
그 덕보구 살지
우리 수양고모나 다른 이들 모두 나만 보면
느 아부지 심덕을 봐서래두 잘 살겨
늘 말씀하셨지만
나야 그 덕으로 여적 잘 사는 거 같지
사진, 지인제공 - 노루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