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58

2023.1.2 김병연 <將遊赤壁歎有客無酒(장유적벽탄유객무주)>

by 박모니카

새해 첫날 군산에선 기다리던 첫 일출광경을 볼 수 없었죠. 대신 몇몇 동네에서 시민들이 나와 새해맞이 장단으로 흥을 북돋였죠. 말랭이 책방까지도 그들의 흥겨운 목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산 위 정자에서 한시간 가량 해를 기다리다 아침 무국(한일옥)으로 부재했던 일출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다시 책방으로 돌아오니 구름을 뚫고 제모습을 보인 해가 손짓하더군요. 그렇지요. 구름 뒤에서 머물던 해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는 않지요. 부지런히 움직여 세상을 밝히는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네요. ‘그러니 너도 어서 네 할 일을 하거라.’ 라고 말했답니다. 새해를 맞는 학원일도 하구요, 오마이뉴스 기사(화순담양여행기)도 쓰고, 고등부수업도 했어요. 저녁늦게 제 기사를 다시 읽었죠. 화순의 적벽과 방랑시인 김삿갓을 떠올리며 그의 시를 검색했어요. 때마침 지인이 보내준 김삿갓 시인의 번역시를 읽으며 시 속에 나오는 두보, 구양수, 소동파도 만났지요. 며칠 전 쓴 저의 새해 버킷리스트 항목에는 이런 내용이 있답니다. ‘2023년도 만날 한시와 시인은 누구일까, 관련여행지 10곳이상 가보자.’ 제가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엄청 부지런히 살아야겠지요...

오늘의 시는 김삿갓(김병연)시인의 將遊赤壁歎有客無酒(장유적벽탄유객무주) - 적벽을 유람하려다 술이 없어 탄식하는 길손이 있노라 –입니다. 조금 길지만 방랑시인의 맘을 홀린 아름다운 풍경에서 나온 한시이니 천천히 읽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將遊赤壁歎有客無酒(장유적벽탄유객무주) - 金炳淵(김병연, 조선의 시인)


古跡回間簫歌夜(고적회간소가야) 옛 자취 돌아보는 사이 밤에 퉁소 노랫가락

雀飛烏去蒼茫洲(작비오거창망주) 참새 날고 새도 떠나니 창망한 물가로구나!

秋風岳陽上詩杜(추풍악양상시두) 추풍에 악양루 올라서 시를 짓던 두보이고

夕陽滁亭歸醉歐(석양저정귀취구) 해거름 저정에서 취해 돌아가는 구양수로다

虛汀八月不見人(허정팔월불견인) 공허한 물가라 팔월에도 사람은 볼 수 없고

露葭蒼蒼江水悠(로가창창강수유) 이슬 젖은 빛바랜 갈대, 아득한 강물이로다

江山何處觀之無(강산하처관지무 강산의 어느 곳에도 볼 수 없는 풍취일러니

好酒嘉賓方勝遊(호주가빈방승유) 술이 좋은 반가운 길손과 노닐기가 그만이다

蕉臯酬句度陵閣(초고수구도능각) 파초 언덕에서 싯귀 수작하며 능각을 건너서

竹溪携樽采石舟(죽계휴준채석주) 죽계에 술통을 가지고 오는 석주의 풍채로다

如干知己不相待(여간지기불상대) 얼마 되지 않은 지기나 서로 기다리지 않고

跡盈湖南名勝州(적영호남명승주) 발자취 넘쳐나는 호남의 이름난 고을이로다

烟霞倘息問無處(연하당식문무처) 홀연한 안개 노을에 소식을 물을 곳이 없어

福州丹江各海陬(복주단강각해추) 복주의 단강이니 각자 바다의 끝자락이로다

東坡以後北路仙(동파이후북로선) 소동파 이후에 북에서 내려온 온 신선이니

壬戌之餘辛丑秋(임술지여신축추) 임술년이 아직 남아있는 신축의 가을이로다

中央宛在好箇人(중앙완재호개인) 중앙은 완연히 남아있어 개개인이 좋아하고

庶哉良宵同唱酬(서재양소동창수) 밤이면 민초들이 함께 노래와 시를 읊조린다

虛舟欲解滿江月(허주욕해만강월) 욕심을 벗으니 빈 배에 강 달이 가득하련만

寂寞無人水渡頭(적막무인수도두) 사람이 없어 강나루는 적적하고 쓸쓸하여라

漁鹽囂市往來者(어염효시왕래자) 어염전에는 오고 가는 자들이 시끌벅적하고

樵牧荒村生長儔(초목황촌생장주) 황촌에는 나뭇꾼과 목동이 무리져 살아간다

文章浪遊視餘事(문장낭유시여사) 문장을 짓는 유랑객은 대수롭지 않게 보고

與誰吾歸江自流(여수오귀강자류) 강물은 절로 흘러가니 난 뉘와 함께 갈꺼나?

蘭槳己斷望美歌(난장기단망미가) 고운 노래 바라보다 목란배 노는 끊겼으니

斗酒全空歸婦謀(두주전공귀부모) 말 술이 다 비어 돌아가서 주모와 수작할까

江亭勿染亦無聯(강정물염역무연) 강가에 있는 물염정 또한 연관이 없는지라

主去多年花木幽(주거다년화목유) 주인 간지 오래여도 꽃 나무는 그윽하도다

浮雲萬里浪跡通(부운만리낭적통) 만 리의 뜬구름에 방랑자의 흔적을 알리니

明月千年虛影留(명월천년허영류) 명월은 천 년 세월 빈 그림자를 남기리라


<참고> 전남 화순에는 김삿갓이 적벽의 풍경에 반해 방랑을 접고 그곳에 머물며 일생을 마쳤답니다. 그의 시 480여수가 현존하구요, 화순군에는 김삿갓시인을 알 수 있도록 유적지, 시비 등 문화관광지가 있습니다. 따뜻한 날이 돌아오면 꼭 여행해보세요^^ (시의 번역자는 바람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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