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이루어지는 길2
성당의 고요함은 마음을 울리고,
축구장의 함성은 심장을 울린다.
-Paul Cluny-
프랑스 파리 여행 둘째 날.
아침 7시, 숙소 근처 빵 맛집 투어로 하루를 열었다.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빵집에서 아침거리 몇 개를 사 와 집에서 간단히 먹고, 든든하게 길을 나섰다.
오늘은 파리의 성당들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첫 번째 목적지 생트샤펠 성당은 파리 시테섬에 있는 13세기 고딕 양식의 왕실 예배당으로,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한 성당이다.
오전 9시 오픈런을 위해서 30분 일찍 도착했더니, 이미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우리도 대열에 동참하고 나니 그 뒤로도 계속 줄은 길어졌다.
오픈 시간이 되어 드디어 성당 안에 들어섰다.
히어로가 안내해 준 대로 길을 따라 성당으로 들어가자마자, 사방을 감싸는 색유리에 시선이 멈췄다.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뚫고 성당 안으로 쏟아졌고, 그 빛은 바닥과 벽을 타고 퍼지며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
성당 안은 앞, 뒤, 위, 아래, 양옆 어디를 봐도 뛰어난 예술작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이런 곳에 있을 수 있다니…’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졌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역시 시테섬에 위치해 있는 중세 고딕 양식의 대표 성당이다.
1163년에 착공해 1345년에 완공된 프랑스 가톨릭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지만, 안타까운 2019년의 화재로 인해 복원 중이라 내부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성당 건너편에 설치된 단상 위에 올라 한참을 바라보는데, 그 웅장한 외관만으로도 압도되는 듯했다.
그저 조용히 바라보며 그 내부의 멋진 모습을 상상해 보는 걸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세 번째는 몽마르트 언덕의 사크레쾨르 성당으로 향했다.
하얀 돔이 인상적인 로마-비잔틴 양식의 이 성당은 파리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세워져 있었다. 도착했을 때 마침 미사가 시작되고 있어 운 좋게도 프랑스 파리에서 첫 미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거대하고 멋진 오르간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성당을 가득 울렸다.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미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이 소중한 시간에 대한 감사한 울림은 마음 깊숙이 전해졌다.
고마운 사람들과 미안한 사람들이 떠올랐고,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에 저절로 눈물이 핑 돌았다.
미사 드리고 성당을 나서니 눈앞에 파리 시내가 펼쳐졌다.
탁 트인 전망과 그림 같은 풍경에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며 몽마르트 거리 화가들의 작업도 한참을 구경했다.
다양한 화풍의 초상화, 풍경화, 그리고 즉석 드로잉까지,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고 나도 예술가가 된 것 같았다.
왜 이 언덕에 예술가들이 모여드는지, 조금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의 2일 차 여행은 파리의 빛과 예술로 하루를 채워가고 있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마지막 일정은 ‘파리 생제르망 FC vs 르아브르 AC’의 유럽 축구 경기 직관이었다. 히어로 덕분에 귀한 입장권까지 미리 확보했고, 한국에서부터 설레는 마음에 생제르망 7번 음바페의 유니폼도 구입해서 챙겨 왔다.
저녁이 되자 비가 조금 내리고 기온도 뚝 떨어졌다. 성당 투어를 마치고 집에 잠시 들러
경량 패딩 위에 유니폼을 따뜻하게 겹쳐 입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이날 경기는 생제르망이 이기면 리그 우승이 확정되고, 상대 팀은 이 경기에서 지면 1부 리그에서 강등될 수도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생제르망 FC는 세계적인 공격수 음바페와, 그 시기 손흥민 선수와의 갈등으로 주목받았던 이강인도 있었다.
기대감은 컸지만, 처음엔 주전 선수 없이 1.5진 선수들로 경기가 시작됐다.
그러다 하위 팀 르아브르 적극적인 공세에 밀리며 2:0으로 약세에 처하자, 홈 경기장의 응원은 점점 강해지고 치열 해졌다. 음바페, 이강인 등 주전들이 투입되며 경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내 마음을 흔든 건, 경기보다 관중석이었다.
르아브르 AC의 훌리건들은 홈 팬에 비해 20분의 1도 안 되는 숫자였지만, 그들의 응원은 경기장을 뚫고 나올 만큼 강렬했다.
그들의 열정을 담은 송곳처럼 날카로운 응원 소리로, 추운 날씨였지만 경기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웃통을 벗고 외치던 그들의 함성, 짧은 구호 다섯 글자가 거대한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날의 경기, 그날의 열기, 그날의 그 응원의 함성은 이상하게도 내 인생을 응원해 주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 응원의 함성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