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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별쌤 Nov 20. 2024

엄마가 차라리 나가서 죽을까?

슬픈 엄마 속상한 딸의 이야기


긴 머리에 야리야리한 모습의 그녀와 만남은 그녀의 폭풍 같은 눈물로부터 시작됐다.

"엄마는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했어요~

그래서 다른 얘기를 하게 되면 무조건 화를 내셨죠..

어릴 때는 많이 맞기도 하고 심한 욕도 들어야 했어요. 

그땐 어렸으니까 아무런 방어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견뎌야만 했어요.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혼나고 있었던 기억들도 참 많아요.

우리에게 생각의 자유는 사치스러운 단어였어요. 

내 생각은 그저 어리석은 것이고 부족한 것이었어요.

나의 모든 삶은 엄마가 결정한 대로 따라야만 했으니까요. 

엄마는 말하셨죠.

'네까짓게  뭘 알기나 해? 엄마가 다 경험해 보고 얘기하는 거니까 무조건 따르라고~'

정말 그런 줄 알았어요. 엄마 생각은 옳은 것이고 내 생각은 틀린 것이라고..

내 생각이 틀린 게 아니라 엄마 생각이랑 다른 것이란 사실을 고등학생이 돼서야 알게 되면서 

늘 억울했어요.

하지만 난 여전히 엄마 그늘 아래에서 자라야 하는 힘없는 어린 학생일 뿐이라 

나의 상황은 바뀌지 않았어요.

더 어릴 때랑 바뀐 게 있다면 억울함이 훨씬 커졌고 엄마에 대한 화가 항상 있었다는 것..

우울이 심해지면서 중학생 일 때부터 시작된 자해도 같이 심해졌죠..

심각성을 느낀 아빠가 나를 이곳(심리상담센터)에 데리고 오셨고 쌤을 통해 내 안에 있던 깊은 상처와 만나게 되었어요. 

'키도 작고 못생긴 게 공부도 못하고 잘 먹지도 않으면 어쩌겠다는 거야? '

식욕이 없어서 밥을 깨작거리고 있을 때 엄마는 화를 내시며 밥 먹기를 강요하셨죠~ 

강요를 견디다 못해 억지로 먹다가 토한 적도 있었어요. 

난 늘 키 작은 사람, 못 생긴 사람, 공부도 못한 사람, 식욕도 없는 사람으로 여겨져서 

자꾸 열등감속으로 빠져 들었던 것 같아요.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는 무가치한 사람.. 그게 나였어요. "



어느 날 내게 화가 나신 엄마는 울부짖었어요~~

"엄마가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 정도면 된 것 아냐? 네가 우울하다면 다야? 

엄마가 차라리 나가서 죽을까?"

신기하게도 나는 그 얘기를 듣고도 아무 느낌이 없었어요.  

그래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죠..


'엄마가 죽지 않을 거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인가요?'

'아니요~ 엄마에게 어떤 상황이 온다 해도 난 상관없거든요...' 



어쩌다 이 모녀는 여기까지 온 걸까? 마음이 아팠다.

엄마가 죽겠다고 말하는데도 아무 느낌이 없는 우울한 딸..

어쩌면 가장 친밀한 관계여야 하는 엄마와 딸 사이가 이렇게까지 멀어질 수 있는 건지...

엄마를 믿고 그 말에 순종하며 살았던 어린 시절에 느꼈던 고통들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면서 

딸은 분노하기 시작했고 그 고통을 전혀 공감해주지 않는 엄마를 보며 더 분노했다.

차라리 엄마가 없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열등감속에서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는 무가치한 사람'으로 살아왔던 그녀의 고통을 공감해 주며 그녀의 아픈 과거를 함께 찾아간다.

그녀가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인지하고 

엄마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회복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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