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하는 말

by 은하수

2026년은 어떤 해가 될까?
신년이 되면 괜히 토정비결이나 타로가 궁금해진다.


타로마스터 정회도는
2026년이 궁금하다면 굳이 점을 보러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10년 전, 2016년에 있었던 큰 변화들을 돌아보세요.”


어제 일도 잘 기억나지 않는 나에게
10년 전이라니,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나에게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바로 기록이다.


그때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는 다이어리에,
그때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는
모닝페이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2016년 다이어리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의식을 높이는 해.’


아마도 그 무렵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혁명』 같은 책들에 빠져
낮은 의식으로 살고 있던 나 자신을
어떻게든 끌어올려 보려 애쓰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마흔넷이었다.


모닝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2016년 1월 1일,
남해 보리암에서 일출을 보고 돌아와
지금처럼 가족이 둘러앉아 꿈 목록을 적었던 기록도 나왔다.


그 해 나는
대학 강의와 환경 강의로 바쁜 시간을 보내며
강사로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남편은 회사를 다니는 것 자체가
죽기보다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기록 속의 나는
그를 연민과 책임감으로 다독이며
‘버텨보자’는 말밖에는 할 수 없던 사람이었다.


10년 전의 나는
열심히 일했고,
긍정적으로 살기 위해 애썼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고,
번아웃 온 남편을 붙잡고 함께 버티고 있었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남편은 정년이 얼아 안 남은 회사를 감사히 다니며

안정적인 일상을 살고 있고,
아이들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길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만약 2016년에
이 결과를 미리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남편을 그렇게까지 걱정하며
내 마음을 닳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아이들의 지금 모습을 미리 알았다면
학원과 성적에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았을까?


10년을 되돌아보며
결국 마음에 남는 건
성과도, 결과도 아닌 관계였다.


힘든 남편에게 건네던
아침의 따뜻한 물 한 잔 같은 마음이
지금의 평온한 부부 관계로 남아 있었고,


아이들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지금의 나에게
‘왜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느냐’는 질문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10년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


아마도 또다시 관계일 것이다.

아이들이 더 번듯한 직장으로 가길 바라며
노심초사하기보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
아이들의 선택을 아이들의 삶으로 인정하는 것.

이것이
‘의식을 높인다는 것’의
현실적인 해답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누구의 인생도 대신 고쳐줄 수 없는 사람이니까.

2016년의 나는 과로하며 일했고,
그 습관은 지금
혈당과 콜레스테롤이라는 이름으로
내 몸에 남아 있다.


그렇다고 그 과로가 대단한 결과를 가져왔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다만 하루하루 읽고 쓰는 습관이 쌓여
지금의 나는 작가가 되어 가는 중이고,
책을 낸 작가 겸 강사가 되어 가고 있을 뿐이다.


기록은 말해준다.


나의 2026년은
더 빨리 가라는 해가 아니라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해라고.

10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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