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도 아니다
뭐라고?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처음에 스승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을 때는 도대체 알 수 없는 아득한 이야기로 들렸다. 그때 나는 눈에 보이고 들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부당했고, 끝도 없이 머릿속에서 되새김질되는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이 갑갑한 세상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상태였다.
그런 세상이 저 밖에 존재하며 그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피 터지는 전투였겠는가.
나날이 해야 할 일이 가득하고 나날이 싸워야 할 일이 가득한 그런 빡빡한 세상이 저렇게 버젓이 존재하는데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며 한탄하는 일 말고, 아니면 누군가 구세주를 찾아 그를 따르는 일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세상 모든 것이 실체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덩어리인 줄 안다는 것은 세상에 태어나 할 만한 가장 지극한 일이다. 그 생각덩어리를 머릿속에 가두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자신이 받는 고통의 구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아무 일 없고 아무 탈 없는 이 본래의 무한자유를 이렇게 누리고 사는 일은 존재 자체의 지복일터.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고 존재 자체의, 세상 전체의 본질과 연결되어 이렇게 그냥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한 지복이리라.
할 일로 꽉 찬 세상, 눈만 뜨면 해야 할 일이 주르륵 이어져서 일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그런 삶에서 아무 일 없는 평화 속에서도 필요한 일 안 하는 일 없이 무심하게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삶, 아니 이룰 일 자체가 없는 태평천하의 세상으로 전환되는 일이다.
본래 그냥 있는 이 무심한 평화를 살아가는 일 자체가 전체와 연결되어 있는 우리 모두의 본질과 하나 되는 가장 큰 사랑이리라. 아무 미워할, 두려워할, 피해야 할 대상이 없이 그저 하나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사랑은 없다.
오른손이 다친 왼 손에게 '내가 너한테 이것 해줄게'하면서 보듬지는 않는다. 저절로 보듬어지고 그 아픔에 함께 해지리라. 그러고 나서도 '내가 했다'는 생각 자체가 없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저 밖에 있는 사실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경험일 뿐이다.
아무 일 없고 아무 탈 없는 무심한 평화 대신 머릿속 생각 덩어리 속에 자신을 가두고 그 빡빡한 삶을 헐떡이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스스로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무심한 미소가 인다.
무심히 일어났다 사라지는 생각을 붙잡아 그 속에 사로잡히는 분리의 삶에서 벗어나 이미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 자체의 선물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노파심 어린 마음이 자꾸 올라오는 아침이다.
이 또한 순리로 향하는 길일지니, 하고 받아들이며 빙긋이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