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세상은 본래

by 고요의 향기

아주 어릴 적부터 자주 꾸던 꿈이 있었다.

이 세상에 아무도, 아무 것도 없고 오직 나 혼자 남아있는 꿈이었다. 아무 것도 없으면 무서울 것도 없고 외로울 것도 없을 텐데 나는 그 꿈이 공포스러울 정도로 무서웠다.


꿈은 본래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는데 그러니까 나의 세상에서는 오직 의식만 있고 다른 존재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려준 꿈이었다. 사실 세상은 본래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그 무엇만 똑 떼어내어 나니, 너니 할 것이 없다. 그것은 곧 자아의 소멸을 말하니 꿈을 해석하는 자아는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아무 것 하나를 보아도 그것이 이 세상 전체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앞에 있는 볼펜 하나도 이 볼펜이 있기 위해서는 이 볼펜이 있기까지 필요한 잉크와 플라스틱, 쇠 등의 재료와 이 볼펜이 볼펜으로 유지되기 위한 온도, 지구의 중력과 볼펜을 만든 공장과 그 공장의 사람들, 다시 그 사람들의 뿌리인 조상들과 가족들 등 결국 우주 전체를 끌어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작고 하찮은 것도 모두 이 세상 전체와 연결되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몸은 어떤가 살펴본다. 엄마의 난자와 아버지의 정자에 의해 구조적으로 이루어진 수정란에 매일 먹는 밥, 김치, 나물, 공기, 물, 그리고 이 몸이 이렇게 현전하기 위해 필요한 햇볕, 부모와 연결된 조상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그렇게 연결되다 보면 끝내는 우주 끝까지 하나하나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문득 문득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그 연결성을 잃어버리고 잃어버린 터전에 독립된 자기의 상을 세우고 그 상과 연결된 타인의 상을 세우며 세상을 세운다. 끝내는 그 세상이 저 홀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스스로 세운 그 세상에 갇혀서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성격이 만든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성격의 존재가 아니다. 이미 본래 그 성격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였고 단 한 번도 모든 존재와의 하나된 연결성을 잃어본 적이 없고 떠나본 적이 없는 존재다. 그러나 우리의 성격은 본래의 연결성을 끊은 채로 존재하는 독립된 존재들을 만들어내어 강화한다.


이 존재 자체로서 받는 무조건적인 혜택과 사랑을, 전체와의 연결성을 내치고 스스로 세운 세상 속에 자신을 가두고 살면서 허상과 싸우고 괴로워하면서 안으로 외롭고 밖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그 누구도 해줄 수 없는, 내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닌 존재 자체가 받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자유는 바로 모두와 연결되어 있는 이 연결성을 깨닫는데서 나온다.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 얼마나 안전하고 평화로운가. 그것을 모르는 삶은 두려움의 연속이며 그 두려움을 안심시키기 위한 방어전쟁일 것이다. 그러니 답은 이미 스스로의 안에 있다. 세상을 위한다는 모든 일도 자신의 내면에 있는, 모든 것과 연결된 성품을 깨닫 위해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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