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일 Dec 27. 2021

환경기사를 읽다가 돈이 모였다


환경 기사를 읽기 시작한 지. 1년 하고도 6개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소비, 살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올해의 가계부를 정리하다가 다시금 깨달았다. 아마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숫자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것 아닐까. 항목별로 지출 목표를 정하기를 그만두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돈이 통장에 차곡차곡 쌓였다. 무조건적인 절약이 아니었다. 물건들이 만들어지고 버려지기까지의 흐름을 알게 되다 보니 자연스레 소비가 줄어든 것이다.




이제는 할인 쿠폰을 위해 물건을 담지 않는다. 내가 사야 할 물건에 할인 쿠폰이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 환경 기사에 실린 사진들이 소비에 더욱 신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인데. 그건 우리 집 꼬맹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지구를 이해하고 돕는 일로 이어진다는 걸. 이제는 잘 알게 되었다.




장바구니 안에 담는 것들이 모여 곧 가계부가 된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담는 물건들은 정말 필요한 것일까?’에 초점을 맞춰서 살고 있다. 편리와 효율이라는 명분 하에 새로운 것을 찾고 있는 건 아닌지. 주위에 대체할 만한 것은 없는지. 충분히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말이다.




소비하는 것들을 들여다보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익숙한 패턴에서 벗어나 호기심을 가지고 물건들을 바라봐야 한다. ‘이래서 뭐가 나아지겠어?' 귀찮거나 조급한 마음이 불쑥 찾아들 때도 있지만. 변화는 늘 서서히 일어난다.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면 새로운 길이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 손이 닿는 집 안 곳곳이 간결하고 평안하게 정돈되어 있다.



‘꽤 좋아졌군! 의미 있는 일이었어!’



일상에서 나에게 알맞은 물건들에 대한 감각을 쌓는 일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집안의 물건들과 습관을 관찰하는 일이며, 나의 컨디션이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몸과 마음이 힘들면 일상이 즐거워질 수 없기에. 그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지점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하나씩 시도하고 조율해가면서.




생필품 월 평균 42.487원



위플 머니로 지출 내역을 기록한다. 목표 금액은 없고, 소비의 결과를 보기 위함이다. 하지만 지난 1년 6개월 동안 소비 카테고리가 눈에 띄게 심플해졌고, 고정 지출은 줄어들다가 알맞은 지점에서 멈추었다.



그중 가장 만족스러운 항목은 <생필품비>였다. 생활에 주기적으로 필요한 물건들만 이에 해당되는데. 최저 3,800원. 최고 91,850원으로 평균 42,487원 정도이다. 월 지출액을 보면 변동성이 있어 보이지만, 연간으로는 큰 변동이 없어졌다. 필요한 물품들의 양과 구입처가 대체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여서 마스크는 따로 체크하고 있어요.)





생필품을 탐구할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없어도 괜찮은 것>을 찾는 일이었다. 내가 쓰는 물건들을 관찰하고, 대체할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작은 불편을 감내할 수 있는 것들은 없이 살아보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런 것들이었다. 물티슈, 비닐팩, 랩, 테이프 클리너, 핑크빛으로 애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던 고무장갑까지.



랩이나 비닐팩 대용으로 쓰는 한살림 시리얼 봉투는 적당한 크기에 밀폐력도 좋다. 자투리 야채들을 담거나 식빵을 냉동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테이프 클리너 대신 각종 포장재에 붙은 스티커로 머리카락을 떼어내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옷가지를 잘라 걸레로 쓰는 일에 이제는 익숙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지는 것들이다.



고무장갑에는 사연이 있다. “엄마!!!"를 수시로 불러대는 둘째 덕분인데. 어느 무더운 여름날, 살에 붙은 고무장갑을 몇 번씩 끼고 벗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걸어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수전 어딘가에 걸쳐놓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그럼, 이참에 고무장갑없이 살아볼까?”



생각보다 개운했다. 물기 몇 번 털고 다른 일을 바로 할 수 있는 자유로움과 냄새와 물기 걱정이라는 일거리가 하나가 줄어든 것도 좋았다. 맨 손으로 설거지가 가능했던 건, 설거지 바와 베이킹 소다, 마시고 남은 홍찻잎 물 덕분이기도 했다. 뻣뻣하지만 힘 있는 삼베실 수세미도 한몫했을까. 수세미 뜨기의 고행도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온다.





다음 단계는, 고정적으로 소비하는 물품들을 파악하는 것이다. 소비 주기와 소비량을 생각해보고, 되도록이면 친환경 제품으로 바꿔나갔다.



키친타월과 롤휴지는 한살림에서 구입한다. 직접 모으고 말려서 우유팩들이 수거함으로 보내는 일에  이어지는 일이랄까. 우유팩이 휴지로 재활용되는 과정에 함께하고 싶어서이다. 대형마트 할인쿠폰을 찾지 않아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 항목 중에 하나이다.



대나무 칫솔이나 설거지 바는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찾는다. 오프라인에서는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한꺼번에 구입한다. 구입량과 시기를 정해두면 신경 쓸 일이 줄어든다.  ‘아! 이제 사야 할 시기가 왔군!’




하지만 실패한 것도 있다. 비닐장갑과 종이호일인데. 참기름 쓱쓱 발라 김밥을 싸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바로 외출해야 되는 경우가 있어서 비닐장갑을 다시 사게 되었다.



오븐 대신 쓰는 에어프라이어용 종이호일도 아까워했는데, 어쩐지 세제와 물 사용량이 더 많아진 것 같아 포기했다. 실리콘 재질 용기는 냄새가 배는 것 같아서 쓰지 않게 되었고. 언젠가 하얀 법랑 용기를 사게 된다면 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여기저기에 아직 숙제들이 남아 있다.




완벽한 소비란 있을  다. 소비하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조금  나은 소비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은 지구에게도 집안 경제에도 이득이라는 것을.



쏟아지는 읽을거리에서

환경 기사를 클릭하다가 깨닫게 되었다.




이전 07화 아빠의 옷장에서 배운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