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 가을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도시 건축 산책
삼청동 공예 박물관 옆 송현녹지광장에 '빨간 삼각형'이 눈에 띕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작품은 세계적인 건축가 부부인 칠레 출신의 마우리시오 페소(Mauricio Pezo, b.1973-)와 아르헨티나 출신의 소피아 본 에릭 샤우센(Sofía von Ellrichschausen, b.1976-)이 2002년에 설립한 건축 스튜디오 페소 본 에릭샤우센(Pezo von Ellrichshausen)이 설치한 <페어 파빌리온(PAIR Pavilion)> (2023)인데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인 '땅의 도시, 땅의 건축'에 맞게 사각형 그리드(grid)가 모여 만든 삼각형의 건축물과 주위 자연 풍경과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페어 파빌리온 가운데의 작은 입구를 통해 삼각형 속 좁고 기다란 공간에 들어선 관객들은 양 끝에 놓인 의자를 마주하게 됩니다. 페소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좁은 통로에서 직접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상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며 “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일은 또 다른 이에게도 일어난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도 다른 사람과의 소통,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민, 세계의 변화 같은 추상적인 주제들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페소 본 에릭샤우엔이 만든 <페어 파빌리온(PAIR Pavilion)>을 포함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건축을 보는 재미가 있는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10월 29일까지입니다!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주 무대인 열린송현녹지광장을 비롯해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및 서울시청(시민청)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비엔날레는 '주제전',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 '게스트시티전', '글로벌 스튜디오', '현장프로젝트' 등 총 5개의 전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아가 칸 건축상을 받은 리즈비 하산, 영국 애쉬든상 후보 스튜디오 워로필라, 이탈리아 공로훈장과 ‘DFAA 아시아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한 최욱 등 국내외 작가 19명의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어느덧 다가온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도심 속 건축 작품 사이 산책 어떨까요?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작품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는데요. <사운드 오브 아키텍처(Sound of Architecture)>는 루가노 대학교 멘드리시오 건축 아카데미아의 학생들이 2022년 가을 학기 동안 리카르도 블루머(Riccardo Blumer) 교수와 스토커 리 스튜디오의 공동 설립자인 이동준 건축가의 지도 아래 설계 및 제작한 작품입니다.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지는 작품 안을 따라 걷기도 했습니다.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온몸의 감각을 자극하는 곳은 조병수가 제작한 12m 높이의 철제 전망대 <하늘소(所)>입니다. 지난 5월 개장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기간 동안 주제관 역할을 할 이곳 전망대에 오르면 경복궁, 북한산, 인왕산 등 주변 서울의 모습을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지름 18m, 높이 3m의 대형 한옥 파빌리온도 이목을 사로잡는데요. 건축가 조정구가 설계한 작품으로 한옥 건축 자재를 활용한 구조물입니다. 집의 원형을 표현하고자 한 작품으로 파빌리온에 사용된 목재, 초석, 구들 등은 다른 한옥에 사용했던 오래된 부재를 재활용해 만들어졌습니다.
페소 본 에릭샤우엔의 붉은 삼각형은 전시가 끝난 뒤 양평 '메덩골 정원'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입니다. 메덩골 정원은 페소 본 에릭샤우엔을 비롯한 국내외 유명 조경가와 건축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2024년 일부 개장 및 2025년 전체 개장을 목표로 양평에 조성 중인 55,000평 규모의 대형 정원입니다. 붉은 삼각형이 그곳의 자연과 어떤 하모니를 이룰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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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