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과학적 기초

by 아뵤카도

**기후는 원래 변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구의 기후는 원래 변했습니다. 수십만 년 동안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 역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지금 우리가 겪는 기후변화가 과거의 자연적 주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합니다. 급격한 온도변화를 경험하고 있음과 동시에 인간 활동이라는 분명한 원인이 있는 유례없는 현상입니다. 기후위기는 과학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며, 다수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 눈앞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재의 기후변화가 과거의 자연적 변화와 다른 점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속도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전환될 때는 수천 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불과 150년 만에 지구 평균기온이 1.1℃ 상승했습니다. 이는 자연적 변동 폭을 훨씬 뛰어넘는 놀라운 속도입니다.

2. 원인
과거의 기후변화는 태양 활동이나 지구 궤도 변화 같은 자연 요인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기후변화는 과학자들이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입증했든 그 원인이 인간 활동, 특히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주요 원인입니다.

**온실가스와 지구온난화지수(GWP)**

온실가스는 마치 지구를 감싼 담요처럼 대기 중에서 방출되어야 하는 열을 붙잡아 지구를 따뜻하게 만듭니다. 이 효과가 강해질수록 지구 온도가 상승합니다. 인간의 활동은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이 담요를 더 두껍게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온실가스를 IPCC 6차 보고서(2021)에는 7대 온실가스로 지정해 부르고 있으며 그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산화탄소(CO₂):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연소할 때 발생합니다. GWP (지구온난화지수)는 1로,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의 기준이 됩니다
메탄(CH₄): 가축사육, 폐기물 매립, 천연가스 개발 과정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IPCC 6차 보고서 기준 GWP는 29.8로, 이산화탄소보다 30배 가까이 강력합니다.
​아산화질소(N₂O): 농업 분야의 비료 사용, 산업공정에서 배출됩니다. GWP는 273으로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난화 효과를 냅니다.
​불소계 가스(HFCs, PFCs, SF₆, NF₃ 등): 냉매, 전력설비, 그리고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이 가스들은 배출량은 적지만, 온난화 효과가 수천~수만 배에 달합니다.
특히 반도체 회사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온실가스 관리에 더욱 전념해야 하는 이유는 반도체 칩 제조 시 주요 공정가스로 사용하는 가스인 SF₆는 GWP가 25,200, NF₃는 16,100으로, CO₂보다 수만 배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적은 양만 배출되어도 지구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AI시대 도래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업종이 제조 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더 중대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NGO는 이 점을 크게 경고하고 있으며 칩메이커는 제품을 생산하면서 기후경쟁력까지 갖추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후위기를 현실로 만든 사건들**

​과학적 데이터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한 사건들은 기후위기를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의 현실'로 체감하게 만들었습니다.

[​1988년 NASA 제임스 핸슨 박사의 미 의회 증언] "지구온난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 원인은 인간 활동이다." 이 증언은 기후변화를 국제 정치 무대에 처음으로 본격 제기한 순간이었습니다. 같은 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설립되었습니다.
​[2003년 유럽 폭염] 유럽 전역을 강타한 기록적 폭염으로 약 7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선진국도 기후위기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교훈을 남긴 사건이었습니다.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1,800명 사망, 1,600억 달러의 피해를 낳았습니다. 기후 리스크가 도시와 경제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2022년 한국 수도권 집중호우]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기후위기가 더 이상 해외 뉴스가 아닌, 우리 일상의 재난임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진단서: IPCC 보고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1988년 설립된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종합하고 평가하는 국제기구입니다. IPCC는 직접 과학 연구를 수행하지는 않지만,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발표한 연구 논문, 데이터, 보고서 등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종합하여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IPCC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종합평가보고서(Assessment Report)**를 발간하는 것입니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수천 명의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작성하며, 기후변화의 원인, 영향, 그리고 대응 방안에 대한 최신 과학적 지식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6차례의 종합평가보고서가 발표되었으며, 이 보고서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과학적 합의를 보여줍니다. 이 보고서의 흐름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계의 확신이 얼마나 명확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IPCC 4차 보고서 (2007): "기후변화는 인간 활동 때문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IPCC 6차 보고서 (2021): "기후변화는 인간 활동 때문이라는 것이 명백하다(Unprecedented, unequivocal)."

​IPCC의 보고서는 파리협정과 같은 국제 기후변화 협상의 가장 중요한 과학적 토대가 됩니다. 각국 정부는 IPCC 보고서에 담긴 과학적 권고를 바탕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기후 정책을 수립합니다. 예를 들어, 2015년 파리협정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가 설정된 것도 IPCC 보고서의 과학적 분석 결과에 기반한 것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적 행동: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1980년대 후반부터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축적되면서, 기후변화가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인류 전체의 위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온도를 상승시켜 기후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있음을 경고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UN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은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1992년 채택된 국제 협약입니다.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 기본 틀과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협약의 핵심 목표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인간 활동에 의해 위험한 수준으로 상승하지 않도록 안정화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UNFCCC는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제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협약을 통해 기후변화는 공식적으로 국제 정치 의제가 되었고, 이후 교토의정서, 파리협정 등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담은 후속 협정들이 탄생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UNFCCC를 실행하는 의회: COP(Conference of the Parties)**

​COP는 UNFCCC에 서명한 모든 당사국이 모여 협약의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고,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최고 의사결정 회의입니다. 매년 개최되며, 각국 상과 대표단이 모여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후변화 적응 방안, 재정 지원 등 구체적인 정책과 협약을 결정합니다. 2015년 파리협정이 바로 COP21에서 채택된 대표적인 성과입니다.

당사국총회(COP)는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개최되었으며,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채택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설립되었습니다. ​COP는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들이 모여 행동 방침을 논의하고 결정할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에 생겼습니다. UNFCCC는 기후변화의 위협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안정화하기 위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했지만, 구체적인 감축 목표나 이행 방안은 담고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UNFCCC에 서명한 모든 당사국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모여 협약의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고, 각국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며, 새로운 협정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회의가 바로 COP입니다. ​간단히 말해, UNFCCC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하자'는 큰 틀의 약속이라면, COP는 그 약속을 어떻게 지켜나갈지 세부적인 계획과 목표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년 열리는 COP는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한데 모으고, 정치적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5℃ 목표와 파리협정**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협약은 피라협정(Paris Agreement)으로 부릅니다. 전 세계 195개국이 모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이하, 가능하면 1.5℃ 이하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이 목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기로를 의미합니다. 과학자들은 2℃ 상승 시나리오와 1.5℃ 상승 시나리오가 가져올 결과가 엄청나게 다르다고 경고합니다. 예를 들어, 2℃ 상승 시에는 지구상의 산호초가 99% 소멸하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수억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1.5℃ 상승으로 억제한다면 산호초는 70%가 소멸하지만 일부가 생존할 수 있고, 극심한 폭염과 홍수의 빈도가 줄어들어 인류와 생태계가 적응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즉, 1.5℃ 목표는 기후위기의 최악의 영향을 피하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단 0.5℃의 차이가 인류와 생태계의 미래를 갈라놓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 하에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자는 목표가 채택된 것이 파리협정의 핵심입니다.

이전 02화새로운 시대의 언어 E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