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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파란 Dec 06. 2023

아침 일곱 시의 햇살

하루를 응원받는 순간


한 때 미라클모닝을 꿈꾼 적이 있다. '새벽 4시의 기적'이나 '새벽 5시의 루틴' 등 앞다투어 이른 시간에 눈을 떠 하루의 계획을 착착착 세우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인증들이 속출하는 것을 보고 그저 대단하다고 생각만 하다 까짓 껏 나도 한 번 해보자, 깜깜한 새벽녘에 일어난 날은 여지없이 하루 종일 병든 닭처럼 졸기 바빴다. 내겐 미라클 모닝은 작심삼일은커녕 연이틀을 해내기도 버거운 과제다.



잠이 많은 내가 졸거나 쳐지거나 등의 무리 없이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일곱 시 기상이 최적이다. 7시 45분쯤 집을 나서는 첫째 아이 등교시간에 맞춰 후다닥 초간단 아침이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랄까. 학부형 6년 차에 접어드니 이제는 알람이 없어도 6시 49분, 6시 53분... 7시 언저리에 눈이 떠진다. 어슬렁어슬렁 침대를 빠져나온 후 가장 먼저 하는 의식은 집안 구석구석 일곱 시의 햇살을 감상하는 거다.  



아침 일곱 시의 햇살은 눈꺼풀의 매달린 잠 부스러기를 떨쳐버릴 수 있을 만큼 강렬하다. 특히 벽에 달라붙은 햇살이 유난히 맹렬하다. 짙은 주황빛을 띠고 그림자는 유독 검다. 이 시간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이 시간에만 허락되는 찰나의 색감이다. 창밖의 나무가 흔들리면 벽에 비친 그림자도 우글거린다. 일렁대는 햇살의 살아있는 움직임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어수선했던 마음도 함께 동요하다 이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고요하지만 묵직한 토닥임. 누군가의 진심 없는 위로보다, 어떤 이의 거짓 섞인 응원보다 따뜻하고 든든한 나지막한 격려다. 그 기운은 이내 비틀대는 나를 일으켜 세운다.



겨울이 무르익으면서 이 매력적인 색감을 발산하는 순간도 차차 늦어지고 있다.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일곱 시 전후였는데 오늘은 7시에서 20여분이 훌쩍 지나야 거실 벽이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매일 햇살에 집착하다 보면 시간의 흐름, 계절의 지남을 훅훅 느낄 수 있다.


날마다 다른 표정을 띤 햇살, 그 햇살과 마주하는 순간이 내겐 미라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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