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진 Nov 26. 2020

TED, 지식iN, 나무위키 : 21세기 집단지성의 힘

소셜 미디어를 슬기롭게 이용하기 위한 3개의 해독제

2020년 9월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가 우리 사회에 던진 파장이 만만치 않다. 36살의 재기 넘치는 영화감독 제프 올로우스키(Jeff Orlowski)가 만든 이 작품은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가 사용자들을 중독에 빠트리는 알고리즘과 이로부터 야기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충격적으로 증언한다.


소셜 미디어의 최대 관심은 당신을 최대한 머물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토 태그, 무한 스크롤링, 라이킷, 자동 추천까지 다양한 기능을 장착했다. 그리고 당신이 시도한 모든 검색, 구매, 추천 행위들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통해 당신의 입맛에 맞는 세상과 광고가 제공된다. 파편화되고 극단화된 각자의 소셜 미디어 세상은 결국 건강한 상호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자살과 반사회적 행위를 조장하게 된다.   


2020년 9월 9일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된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


이 영화는 3년의 제작기간 동안 글로벌 소셜 미디어 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적절한 픽션을 가미하여 설득력을 높였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영화의 결론이기도 한 이 부분에서 감독은 2% 부족한 아쉬움을 보여준다. 기업에게는 과세와 규제, 사용자에게는 절제된 이용습관과 자발적인 선택 등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해법은 한 마디로 이이제이 전략이다. 소셜 미디어가 지닌 파괴적인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위해 소셜 미디어에 담긴 집단지성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21세기 인류에게 엄청난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풍요로운 공유정보와 악취 나는 가짜뉴스 중에서 과연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집단지성 사이트는 TED다. 기술(Technoiogy)과 오락(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첫 글자를 딴 TED는 이 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발표하고 토론하는 콘퍼런스 형태로 1984년 캘리포니아주 몬트레이에서 처음 개최되었다. 펠로우 중심의 '소규모 연례행사'에 불과했던 TED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것은 2001년 말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대표직을 맡으면서부터다.


그는 TED 총괄 큐레이터로서, 인간이 가진 창의의 모든 영역으로 TED의 주제를 확대했고 2006년부터 TED 영상 콘텐츠를 온라인에 공개하여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2005년 TED 영상을 TV에서 내보내려 했지만 재미없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고, 그해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에 어쩔 수 없이 론칭을 했는데, 결국 이 결정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TED 프레젠테이션은 강연 내용 그 자체뿐만 아니라 영어공부와 발표력 함양을 위해서도 최고의 콘텐츠다


TED의 통찰력 넘치는 발표 영상 중에서도 최고의 강연을 꼽자면, 나는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이 2006년 2월에 프레젠테이션 한 "지금껏 본 적 없는 최고의 통계(The best stats you've ever seen)"를 추천한다. 2017년 한스 로슬링은 아쉽게도 세상을 떠났지만, 2019년 한국에서 <팩트풀니스>라는 책이 출간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이제는 TED 강연 영상을 통해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TED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영상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좀 더 자세하고 깊이 있게 TED를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이 다수 발간되었다. 2001년부터 TED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 앤더슨이 2016년에 쓴 <테드 토크>가 대표적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테드, 미래를 보는 눈>, <테드로 세상을 읽다>,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 테드를 봅니다> 등이 출간되어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TED의 프레젠테이션 방식은 전 세계 수많은 발표자들에게 롤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장황하고 지루한 강연, 준비한 원고를 그저 읽어 내려가는 발표에 답답해하던 청중들은 최대 18분 이내에서 간결하면서도 인사이트가 담긴 프레젠테이션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아름다운 비주얼이 가미되고 적절한 유머도 담긴 TED의 명강연들은 수백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20세기를 살아온 사람들은 궁금한 점이나 잘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주위의 현자에게 묻거나 도서관의 두툼한 백과사전 코너를 찾아가야 했다. 21세기 인류에게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너무도 쉽게 의문이 해결된다. 인터넷에 접속하여 구글이나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포털의 엄청난 검색 능력 앞에서 전문가 집단의 폐쇄적 우월성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제공하고 있는 <지식iN> 서비스는 포털의 검색 기능을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가 살면서 궁금한 시시콜콜한 사연들은 사실 단어 검색만으로는 충족되지 못한다. 네이버가 2002년 10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지식iN은 Q&A 방식의 지식검색 서비스와 네이버 지식백과를 통해 정보공유의 수준을 한층 강화했다.


네이버 <지식iN> 서비스는 2019년 'expert'라고 명명된 전문가 유료상담 세션을 신설했다


지식iN은 네이버가 한국을 대표하는 포털사이트로 등극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서비스 초기, 한국어 콘텐츠 자체가 부족하던 시절의 독보적인 위상에 비해 지금은 다소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단순한 용어검색에서 지식검색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2019년에는 'expert'라는 전문가 유료상담 매칭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지속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하는 공유정보 사이트로 흥미로운 사례는 우여곡절 끝에 2015년 4월부터 새롭게 서비스를 개시한 나무위키다. 위키피디아와 유사하되 차가운 문체의 백과사전보다는 사람 냄새나는 주관적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이미 위키피디아를 압도하며 구글 검색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무위키에 대해 "유머로 키운 잡학다식의 숲"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부실한 출처와 편향성 한계를 지닌 B급 정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위키디피아를 뛰어넘는 조회수로 주목받고 있는 집단지성 사이트 나무위키


그러나 한 번이라도 구글 검색을 통해 나무위키에 담긴 정보의 깊이와 격식 파괴 문체를 경험해보면 이 집단지성 사이트의 묘한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된다. 나는 나무위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확인할 수 있었다. 때로는 과격한 문장이나 저속한 단어가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 또한 작성자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 이해하고 적당히 걸러서 받아들이곤 했다.    




세대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어떤 소셜 미디어로 검색하느냐 여부다. 나는 구글로 검색하지만, 밀레니얼 키즈인 내 아이들은 당연한 듯이 유튜브로 검색한다. 연령대에 따라 검색하는 소셜 미디어가 다른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동일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도 정작 검색하는 범위와 내용은 사람마다 천양지차다. 누군가는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과 폭넓은 정보를 습득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편향된 관점과 왜곡된 자료에 포위된 채 심성이 파괴되어 간다.


삼인삼색의 매력을 지닌 온라인 집단지성 TED, 지식iN, 나무위키는 소셜 미디어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소중한 해독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검색하려는 목적과 취향에 따라,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균형 잡힌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익명에 숨어 악성 댓글을 달고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우리의 관심이다. 소셜 미디어와 함께 하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은 매일매일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다.

이전 10화 소셜 미디어를 장착한 정치, 길 잃은 저널리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