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 떠나가는 모습

#13. 변화, 사라진 우울

by 니너하리


#13. 변화, 사라진 우울

13-1. 우울이 떠나가는 모습


우울은 어떤 모습으로 떠나갈까요? 다양한 얼굴로 찾아오는 우울인 만큼, 떠나가는 모습 역시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눈물이 조금 줄어드는 일부터 시작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느껴지지 않던 즐거움이 아주 희미하게 돌아오는 순간이 먼저 찾아올 수도 있죠. 증상이 좋아지는 순서 또한 저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슬픔이나 흥미 저하 같은 핵심 증상이 먼저 옅어지고 수면 문제나 에너지 저하는 조금 더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마다의 이야기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멀어지는 우울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변화는 대개 천천히 찾아온다는 점입니다. 특히 항우울제는 곧바로 통증이 가라앉는 진통제와는 달리, 효과를 느끼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변화가 더디다는 생각에 치료를 중단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자주 만나죠.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 속에서도, 마음은 조금씩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지 모릅니다.


꽃샘추위라는 말은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듯 찾아오는 추위를 뜻합니다. 봄을 앞둔 계절은 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지곤 하지요. 우울이 떠나가는 모습도 어쩌면 그와 비슷할지 모릅니다. 아직은 차갑고, 아직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지만, 그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아차리게 되는 변화들이 있습니다. 울지 않고 하루를 끝낸 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짧은 산책을 해낸 날, 쌓여있던 연락들에 답장을 하나 보내본 날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너무 빨리 실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봄은 늘 갑자기 오는 것 같아도,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가까워지고 있으니까요.



참고문헌)
Individual and Common Patterns in the Order of Symptom Improvement During Outpatient Treatment for Major Depression.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21. Snippe E, Doornbos B, Schoevers RA, Wardenaar KJ, Wichers M.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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