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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너하리 Mar 12. 2024

#20. 저는 몸이 아픈데, 왜 정신과에 가라고 해요?

정신과의사의 일기

#20. 저는 몸이 아픈데, 왜 정신과에 가라고 하나요?

나는 머리가 아픈 건데, 소화가 안 되는 건데.. 정신과로 가라 했다며 억울한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들을 종종 만납니다.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정말 심한 불편감을 느끼는데, 어떤 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신경성이라는 말을 듣고 정신과 방문을 권유받곤 하죠. 신체화(somatizatoin)라는 용어가 있답니다. 인간의 방어기제 중 하나인데, 불편한 감정과 해소되지 않는 내면의 문제들을 신체적 불편감으로 호소하는 것을 말해요. 드라마에 종종 나오는 화병이 난 어르신들에 비유해서 설명하곤 하는데, 사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고 스트레스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에 신체화 증상을 보이는 경향이 잦았던 것 같아요.

신체화 증상이 두드러지는 경우에 신체화 장애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신체화증상은 흔히 우울증과 같은 기분증상과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호소하는 증상에 대한 정밀 검사와 기질적 원인 평가를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반복적인 검사에도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때로는 마음속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답니다. 정신과에 방문하는 것은 낯설고, 몸이 아픈데 왜 정신과를 다녀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죠. 그런 누군가 마음의 문을 열고 조금씩 편안함을 찾아가길 바라며 짧은 글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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