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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너하리 Jun 14. 2024

#33. 검정마음? 흰색마음? 회색마음?

정신과의사의 일기

#33. 검정마음? 흰색마음? 회색마음?

요즘은 T와 F로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유행인 것 같더군요. 저는 정신과의사지만, 한없이 T 같은 성격이라 공감능력이 부족해서 고생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성과 감정, 여러분은 둘 중에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오늘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세 가지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먼저, 검정마음은 흔히 우리가 F라고 알고 있는 감정을 중시하는 감정적인 마음입니다. 내 감정 상태에 맞추어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감정에 따른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죠. 엄마와 크게 다퉈서 분노로 가득한 날에는 학교도 학원도 모두 가기 싫어지는 그런 마음일지도 모르겠네요. 감정에 충실한 마음은 따뜻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너무 오로지 감정에만 집중하다 보면 때로는 당혹스러운 실수를 하기도 하죠.

그리고 또 다른 곳에는 흰색마음이 있답니다. 흰색마음은 검정마음의 반대쪽에 있는 합리적인 마음을 뜻해요. 감정보다는 이성에 충실한 흰색마음은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속상한 일로 연락을 하더라도, 당장 내게 더 중요한 급한 일이 있다면 이성적으로 판단하도록 중심을 잡는 마음이에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흰색마음이 하는 소리는 대부분 맞는 것처럼 들리지만, 때로는 차가 워보일지도 모르겠어요. 이성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인생에 중요한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우리는 가끔 마치 감정적 마음과 합리적 마음, 검정과 흰색, 둘 중에 하나만을 골라야 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사실 둘 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마음이지만, 상황에 따라 유리한 쪽을 선택해 한쪽만 크게 부풀어서 균형이 무너지곤 해요. 이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세 번째 마음인 회색마음이랍니다. 회색마음은 지혜로운 마음이라고도 불립니다. 지혜로운 마음은 감정적 마음과 합리적 마음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모두 알고 있는 마음이에요. 검정과 흰색을 섞어놓은 것처럼 둘의 중요성을 알고, 적절하게 둘을 중재하며 좀 더 지혜로운 방향으로 우리를 이끄는 마음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지혜로운 마음은 아무리 화가 나도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학교에 갈 수 있는 마음이고, 시험이 얼마 안 남았지만 계획을 점검하고 잠깐 틈을 내 친구의 감정을 돌봐줄 수 있는 마음이에요. 우리는 모두 지혜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답니다. 감정과 이성, 한쪽에만 치우쳐 괴로운 어느 날에 지혜로운 마음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지혜로운 마음은 어떤 말을 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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