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 별 Dec 04. 2023

아이를 보며 나를 돌아본다

나쁜 마음을 함부로 버리지 않아요

첫째가 밥을 먹을 때 나는 이것저것 많이 물어본다.

어린이 집 생활은 어떤지, 요새 고민은 없는지, 누구랑 친하게 지내는지....


오늘은 이야기하다가 어쩌다 주제가 나쁜 마음으로 흘렀는데

친구들은 몸이 아프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 마음을 친구에게 풀거나 자기 몸을 괴롭히는데 푼다면서

누구는 이렇게 했다 또 누구는 저렇게 했다 여느 때처럼 고자질을 늘어놨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너는 몸이 조금 아프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어떻게 하는데?"

아이의 대답은 놀라웠다. 띄엄띄엄 자신의 얘기를 조근조근 말하는데 언제 이렇게 컸나 싶었다.

요는 마음속에 생긴 나쁜 마음은 누구한테 표현하지 않고 잘 참는다는 것이었다.

나쁜 마음이라도 내 마음은 아주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한테나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잘 참아지지 않으면 그 나쁜 마음을 머릿속 어딘가에 둔단다.

머리 어딘가 한켠에 두고 있다 보면 어느새인가 그 마음은 날아가 버리고

새로운 마음은 계속 계속 생겨난다고 했다.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아주 성인군자가 따로 없다. 나도 하기 힘든 일을 6살 아이가 하고 있었다.

와... 이게 정말 6살 아이가 한 말이 맞나 싶게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반성을 했다.

조금의 짜증에도 "아이씨~" 한마디에 툭 떨궈내고 지치고 화난 마음을 깊은 한숨에 내뱉기를 밥 먹듯이 하는 나는 내 마음을 얼마나 쉽고 가볍게 아무에게나 버렸었는지

그런 나의 나쁜 마음을 어쩌면 제일 많이 옆에서 받아냈을 첫째에게 미안했다.

이 아이는 엄마의 그런 마음을 묵묵히 받아내며 또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가 아이를 낳고 이전에 몰랐었는데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아이는 의외로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 어린아이가 별로 없어 아이를 대할 일이 별로 없던 나는 어리숙하게 말하고 똑 부러지게 행동하지 않은 아이들을 볼 때면 생각도 아직 미숙해서라고 단정 지었었다.

그런데 첫째랑 이야기해 보면 아이는 말이 어눌할 뿐이지 머릿속에 생각은 어른과 별반 다르지 않았었다.

아니, 어떨 땐 더 기발하고 또 어떨 땐 더 성숙했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은 나를 한 번 돌아보게 된다.

나는 나쁜 마음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언제 나쁜 마음이 들었었나?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했나?

그런 마음이 계속 들 때는 어떻게 했나?


육아는 아이를 키우면서 또 내가 자라는 시간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오늘 우리 첫째 덕에 내 마음이 한 뼘 더 자랐다.



오늘의 수다거리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것들을 배우시나요?

나보다 더 낫네 하는 것들이 있었나요?

엄마가 된 후 이전의 나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변한 건 어떤 것이 있으세요?

이전 05화 나를 넘어서, 나를 거슬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