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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Dec 11. 2023

오늘 또 자책하는 엄마

알고 있어 너의 마음을. 그런데 오늘은 미안해

첫째 아이가

난 엄마가 좋아

엄마가 나 밥 해줘서 좋아

해맑게 고백해 줬는데


그냥 갑자기

빈정이 상했다

나는 너에게 밥 해주는 사람인가


엄만 요리하는 거 싫어해

하기 싫은데 안 하면 너 굶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


첫째 아이는 당황해 눈을 굴리며

그럼 밖에서 사 먹으면 돼

하며 수습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술 더 떠서

엄마가 밥 안 해주면

너 엄마 싫어할 거 아냐

하며 애 속을 기어이 시끄럽게 만들었다


첫째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아니야 안 싫어해

힘들면 밥 안 해도 돼

하며 내게 안겼다


난 왜 이렇게 꼬여있을까

결국 우는 아이에게

엄마가 엄마라서 좋은 거지? 하며

나의 마음속 정답을 받아내고 말았다


나는

밥 해줘서가 아니고

너를 도와주고 사랑해 줘서가 아니라

그냥 엄마인 것만으로도

사랑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거라며

자존감 한껏 낮은 엄마의 발악을

애한테까지 해댔다


이유가 뭐가 됐든 그게 모두 다

나를 사랑한다는 얘기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가끔 피곤해서 짜증이 나고 만사가 귀찮을 때는

아이에게 하는 말도 곱지 않고

삐딱해진 마음을 들키고 만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이런 나를 엄마라고

사랑해 주는 너에게.... 참 부끄럽다 


알고 있어 너의 마음을. 그런데 오늘은 미안해



오늘의 수다거리

어떨 때 아이에게 미안하세요?

미안하다고 바로 사과하시나요?

잘못하고 자책하고...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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