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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Nov 27. 2023

나를 넘어서, 나를 거슬러

세상에 나가렴

누군가에게는 욕먹을 일이라 해도

난 내 아이가

부정함을 참고 견디느니

차라리 버릇이 없고 예의가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둘째가 뱃속에 있을 때

이 아이는

누가 뭐래도 하고 싶은 걸 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올곧게 자신이 좋고 행복한 것에 정진하기를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기를

참고 견디는 걸 미덕이라 여기지 않고

누구보다 솔직하기를

빌었다.

어쩌면 내가 되고 싶은 워너비 인간상일지도.


나는 좀 느렸다

그게 부당하고 차별이라는 걸

그 자리에서 바로 느끼지 못했고

뒤늦게 똑바로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부적절하고 나쁜 의도임을 바로 알아채도

탁하고 바로 밀쳐내지 못했다

이후의 상황, 상대의 기분, 이 행동이 맞는지에 대한 정당성, 나의 예의 바르고 착한 이미지의 깎임...

너무 많은 걸 고려하는 나는

망설임 끝에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게 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

정작 나는 어떤지 돌아보고 챙기지 못했다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고

배웠으니까

쉽고 빠르게 거절하는 것, 난 아니라고 말하는 것,

상대의 말과 생각에 대적하는 것...

그런 것들은 왠지 버릇없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여겨졌다.


둘째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

혼내도 소용없고 큰소리쳐도 씨알도 안 먹힌다

물론 아직 어리니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첫째는 안 그랬다.

첫째는 내가 몇 번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인데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면

적어도 눈치는 봤다

둘째는 아니다.

내가 화를 내도 소리쳐도

회유해도 달래도

하고 싶은 건 하고 만다. 계속한다.

심지어 자기가 아파도 어떤 건 끝까지 한다.

결국 못하게 되면 뒤로 나자빠져 통곡을 하고

갖은 성질을 내뿜는다.

엄마인 나는 이런 행동이 너무 버겁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더욱이 집 밖이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제는 무섭기까지 한다.


근데 생각해 보니...

둘째는 내 워너비 인간상이다

누가 뭐래도 거침없이 끝까지

하고 싶은 건 하고 마는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란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 성격의 인간이라면

적어도 본인은 행복할 거고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이 성공할 상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자꾸

이 아이에게

하지 말라 그러고

혼내고 다그친다.

그렇게 해서라도 제발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바라면서도

한 번은 내가 자꾸 이래서

아이가 꺾이면 어떻게 하지 걱정도 됐다

내 워너비 인간상이

내 교육과 가르침으로

사그라들면 어쩌지...

부디 나를 넘어서 나를 거슬러

자신의 본연의 성향과 성격이 헤치지 않기를

한편으로는 바란다.


이래서 자식은 부모를 넘어서 세상에 나가야 한다

그러는 건가...?


하... 내 바람이 이루어졌는데

나는 힘들고 버겁다.



오늘의 수다거리

아이가 이것만은 나를 닮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아이의 어떤 성향 탓에 부모로서 힘든 점이 있나요?

본연의 성향과 성격은 환경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워너비 인간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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