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첫째와 둘째는 네 살 터울이다. 그러니까 나는 첫째를 낳고 3년 정도 둘째를 낳을지 말지를 고민한 것이다. 아주 정확히 말하자면 1년은 첫째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2년 째는 한숨을 돌리고 나를 돌보느라 그냥 지나갔고 3년 째는 스멀스멀 고민이 시작되더니 마음이 이랬다가 저랬다가를 반복하다 어느새 임신이 되어 있었다. 임신이 된 것을 안 후에는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이제 이리 재고 저리 잴 필요 없이 빼도 박도 못하니 나는 둘째를 원했던 것으로 결론 내고 고민을 끝내버렸다.
우여곡절 임신 기간을 거쳐 결국 둘째를 낳았고 둘째를 키워보고서야 우리 첫째가 아주 온순하고 착한 아이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나름 첫째라고 온 정신과 마음을 다했고 고군분투하며 아이를 한 명 길러냈으니 그 경험치가 둘째 때는 어느 정도 육아의 힘듦을 덜어주겠지 했었는데 이미 시간은 4년이 흘러 있었고 나는 거의 모든 걸 새로 시작하듯 육아 하나하나가 생소하고 낯설었으며 또다시 힘들었다. 아니, 곱절 더 힘들었다. 둘째는 성질이 몹시 급하고 체력도 좋아 소리를 질러가며 계속 울어도 지치는 기색이 없고 호불호가 정확해 싫은 건 절대로 못 참고 원하는 바와 조금만 어긋나도 짜증을 피우며 나를 피 말렸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도대체 누가 둘째는 사랑이라고 그랬나? 우는 것도 귀엽고 짜증 내고 화내도 앙증맞고 어여쁘다며?? 둘째가 나중에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나는 이제 6살이 되어 자기 스스로 하기 시작한 첫째 덕에 내 심신이 편해질 찰나 더 큰 산을 만난 심정이다. 게다가 나는 첫째가 남자 아이니 둘째는 여자 아이 기를 간곡히 바란 터라 둘째 아이가 남자아이로 태어나자 그 실망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둘째가 영 사랑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내 마음이 둘째를 온전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몸이 고달프고 지치다 보니 천사같이 이쁜 아이도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마음이 편하고 좋아야 이쁜 것도 이쁘게 보이는 법이지 내 마음이 힘들고 몸이 지치면 온 세상 좋은 걸 봐봐야 눈에 들어올 리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쁜 줄도 모르고 먹이고 재우느라 급급해하며 키우다 보니 어느새 둘째가 '돌'을 맞았다. 1년을 복작복작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보내다 '돌'을 지내고 나서야 한숨 돌린다. '돌'을 기점으로 전 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돌까지 큰 일 없이 잘 지냄에 감사하고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더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이제 곧 아이는 걸을 것이고 말도 할 것이다. 여전히 몸이 힘들지는 모르겠으나 어쩐지 앞으로는 지금보다 계속 괜찮아질 일만 남지 않았나 싶다. 둘째는 이제 걸을라고 아장아장 발을 내딛는데 2~3걸음이 멀다 하고 엉덩이를 쿵 한다. 걸으려고 힘이 빠짝 들어간 앙증맞은 발가락이 눈에 들어오고 넘어져서 "앙~~~"하고 우는 게 참 귀엽다. 한 발 한 발 나를 향해 손을 뻗어 다가오는 게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내가 이제야 한 고비를 넘겼나 보다. 아이가 참 이쁘고 사랑스럽다.
1년을 고스란히 내 손으로 키운 둘째는 나를 보고 잘 웃는다. 첫째는 아무에게나 아주 잘 웃고 안겨서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았다. 낯을 가리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웃음도 곁도 잘 주지 않는 둘째는 오로지 허용된 몇 명(엄마, 아빠, 형)에게만 해맑게 웃고 안긴다. 그게 어쩐지 마음이 간다. 얘는 왜 이렇게 유별나, 왜 이렇게 성격이 안 좋아, 참 고집도 세다 하며 밉게만 봤던 것들이 이제는 마음이 열린다. 키운 정이 참 무섭게 든다.
둘째를 낳고 키워보니 알겠다. 둘째는 사랑... 맞다. 다만 나한테는 첫눈에 반한 사랑이 아니었을 뿐.
오늘의 수다거리
아이는 몇 명을 낳는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한 명 있을 때와 두 명 있을 때 어떤 게 좋고 어떤 게 싫을까요?
둘째 키우면서 둘째한테 미안한 점 있나요?
둘째 낳기 고민하세요?
둘째 낳고 언제 낳길 잘했다 생각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