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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Oct 30. 2023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엄마들의 관계

 둘째를 등원시키고 우유를 사러 슈퍼에 가는 길에 우연히 첫째 친구의 엄마를 만났다. 첫째는 이번 봄 어린이 집을 옮겼다. 단지 내 어린이 집에 자리가 생겼고 '가까운 곳이 최고지' 하는 생각에  냉큼 옮겼는데 아침에 만난 엄마는 첫째가 지난 어린이 집에 다닐 때 만난 친구의 엄마라 새 학기가 되고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지난 어린이 집에 다니는 동안 종종 얼굴을 마주쳤고 인사를 했고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놀 때 간간히 수다를 떨었던...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연락하지 않는 그런 사이. 그런 엄마들은 수도 없이 많다. 한 반 친구니 등 하원 시간에 자주 마주치고 아이가 같은 나이고 같은 반이니 만나서 이야기하는 주제도, 관심도 비슷해 수다는 끊이지 않고 어색하지 않게 잘 이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다. 그냥 도현이 엄마, 상현이 엄마, 누구의 엄마일 뿐이다.


 엄마가 되고 나서 맺는 관계 중에 대부분이 이런 관계이다. 얼굴도 알고 매일 보다시피 하고 얘기도 종종 하는데 정작 서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관계. 그렇지만 크게 불편하지도 특별히 더 깊은 관계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종종 외로웠다. 이야기는 하지만 겉으로 돌고 서웃고는 있지만 그 사람은 나의 감정을 알리 없다. 나도 마친가 지고. 그런 관계가 대부분이니 속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가 참 그립다.


 남편은 그런 엄마들과 더 가깝게 지내보라고 권하지만... 그건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실은 모르겠다. 내 성격 때문에 그게 쉬운 일이 아닌 건지... 다른 엄마들도 그런 건지... 여하튼, 말처럼 쉽지 않다)


 우유를 사러 가다 만난 그 엄마는 오래간만이라 그런지 참 반가웠다. 인사는 밝게 안부는 길게, 만난 그 자리에서 한참을 웃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헤어질 때쯤 그 엄마가 아이 하원할 때쯤 우리 아파트로 올 일이 있으니 오랜만에 아이들도 만나 놀이터에서 만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나는 좋다고 하면서도 마음속에 약간의 갈등이 생겼다. 첫째는 이제 막 새로 다니는 어린이 집에 적응을 하는 참이었고 요즘은 하원하고 난 뒤 반 아이들 몇 명과 놀이터에서 노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터라 첫째가 지금 노는 아이들을 두고 이전에 놀던 친구와 놀려고 할까... 안 논다고 하면 어쩌지... 논다고 했어도 오래간만에 만나 애들이 서먹서먹하면 그건 또 어쩌나... 매사 걱정이 많은 나는 애들이 만나기도 전에 수많은 걱정에 휩싸여 상대방의 가벼운 제안도 늘 마음속에 스멀스멀 걱정이 피어오르고 이럴까 저럴까 마음이 일렁인다. 이런 성격 때문에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이유도 있겠지. 마침 날씨가 흐렸고 오후에 비가 올 수도 있으니 하원할 때쯤 다시 연락하자고 하고 확답 없이 헤어질 수 있었다.


 오후에 비는 안 왔고 결국 우리 집 아이들과 그 집 아이들이 오후에 만났다. 여러 걱정과 달리 아이들은 금세 시끄럽게 떠들며 온갖 곳을 헤집고 다니며 즐겁게 뛰어놀았다. 또 어떻게 어떻게 그 집 아이들이 우리 집까지 오게 되었다. (아파트에 열린 장에서 솜사탕을 샀는데 마땅히 앉아 먹을 곳이 없어 바로 옆인 우리 집에 잠깐 들렀다 가는 게 어떠냐고 내가 제안을 했다)  

 우리 집에 들어와 그 엄마와 나는 지난 해 줄 곧 이야기하던 "언제 커피 한잔 해요"를 결국 하게 되었다. 우린 처음으로 서로의 나이를 물어봤다. 그녀와 나는 알고 보니 동갑이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쿨하게 "그럼 친구 하자~~" 하더니 말을 놓자고 했고 정말 급작스럽게 나에게 "너"라고 했다. 당황스러웠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반말 존댓말을 섞어가며 어색해하는 나와 다르게 그녀는 금방 친구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반말로 수다를 떨고 나니 언제 존댓말을 했나 싶게 친숙해졌다.


 참 이상했다. 너무나도 가뿐하게 선을 넘은 느낌이었다. 언제나 엄마들 사이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벽 같은 게, 선 같은 게 있다고 여겼었는데 이렇게 가볍게 허물어지다니... 이렇게 쉽게 넘나들 수 있는 거였다니....

 그렇게 그녀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집에 돌아간 그녀가 문자를 보냈는데 나한테 "아영아~" 하고 말을 건다. 그동안 친하게 지내는 엄마들이 "아영 언니~" 하고 부른 적이 있었지만 이건 또 다른 느낌이다. 실로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가 나를 "아영아~" 하고 부른다. 느낌이 너무 이상해 신랑에게 나도 모르게 좀 격양된 목소리로 "나 진짜 오랜만에 누군가한테 반말을 했어" 하며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이들로 인해 만난 관계이지만 아이들 없이도 너와 내가 될 수 있는데 나는 굳이 그 사이에 아이들을 꾸역꾸역 넣고 있었던 건 아닌지... 그래, 우리 이제 서로 "아영아~"와 "소미야~"가 되어 보자.


 우린...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지금 나는 살짝 기대해 본다.





오늘의 수다거리

엄마들끼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아이 친구 엄마와의 관계는 왜 어려울까요?

엄마들과의 관계는 내게 꼭 필요할까요?

엄마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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