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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Dec 22. 2023

눈덩이 거짓말

거짓말을 하는 건 나쁜 걸까요?

처음에 정말 나쁜 마음은 없었어요.

단지, 대답을 잘못했을 뿐이에요.

수업 시간 선생님이 숙제 안 한 사람은 일어나라고 했어요.

도유도 일어났지요.

도유가 숙제를 안 해 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어제저녁 숙제를 하다가 잠이 들어버렸거든요.


선생님이 도유에게 다가왔어요.

"이도유 웬일로 숙제를 안 해왔어?"

도유는 우물쭈물 대답을 못했어요.

"집에 무슨 일 있니?"

선생님이 묻자 얼떨결에 도유는 "네" 하고 대답해 버렸어요.

"무슨 일?"

도유는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을 뿐이었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도유 이따 선생님 보고 집에 가렴" 하고 말씀하셨어요.


도유는 콩닥콩닥 가슴이 뛰었어요.

'어쩐담 집에 무슨 일이 있다고 말하지'

도유는 이리저리 생각해 봤지만 별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어요.

방과 후가 되자 도유는 선생님께 갔어요.

"도유 집에 무슨 큰일 있니? 숙제를 안 한 적이 없던 도유인데 선생님이 걱정돼서 그래~"

도유는 숙제를 하다가 잠들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왠지 지금 사실대로 말하면 선생님께 혼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갑자기 도유는

"이사 가요. 노트를 이삿짐에 싸서 숙제를 못했어요"

입에서 나온 대로 아무렇게나 말해버렸어요.

"아 그랬구나. 집안이 어수선하겠구나. 다음번에 노트가 아닌 다른 종이에 숙제해와도 된단다"

선생님이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자 도유는 돌아서며 안도의 숨을 쉬었어요.


집에 오자 엄마가 물었어요.

"도유 수학 노트 놓고 갔던데 숙제 안 했다고 선생님께 안 혼났니?"

도유는 선생님께 거짓말했다고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어요.

"내일까지 해도 되는 거였어요"

도유는 자그맣게 이야기하고 방에 들어갔어요.

도유는 마음이 어지러웠어요. 그러다 잠이 들었고 그만 늦잠을 자 버렸어요.

서둘렀지만 결국 학교에 지각하고 말았어요.

학교까지 데려다준 아빠가 말했어요.

"선생님께 죄송하다 하고 다음부터는 지각 안 하겠다 하고 자리에 들어가 앉으렴~"

"네"


도유가 교실 문을 열자 모두 도유를 쳐다봤어요.

선생님이 말했어요.

"도유 늦었구나. 이사 간 곳이 많이 멀어?"

도유는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모두의 눈초리가 따가워

"네" 하고 자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선생님께서 물었어요.

"이사 간 곳이 어디니?"

도유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할머니가 사시는 곳밖에 생각나지 않아

"평택이요" 하고 대답했어요.

"세상에~엄청 멀리 이사했구나 등교는 어떻게 했니? 부모님이 데려다주셨니?"

도유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책을 폈어요.

"멀어서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지각하면 안 돼요"

선생님은 주의를 주고 수업을 다시 시작했어요.


쉬는 시간이 되자 도유 주변으로 친구들이 모여들었어요.

"도유야 언제 이사 간 거야? 이사 간다고 한 적 없었던 것 같은데"

"평택이 어디야? 엄청 멀어?"

"도유야 그럼 너 전학 가는 거야?"

도유는 전학이란 말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어요.

"아무래도 머니까 전학 가지 않을까 그렇지 도유야?"

친구들이 일제히 도유를 쳐다봤어요.

도유는 힘없이 대답했어요.

"어... 그럴 수도 있고..."

그때 마침 쉬는 시간이 끝나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갔어요.


도유는 하루 종일 선생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어쩌다 이렇게 됐지?' 하는 생각뿐이었어요.


하굣길에는 거짓말 때문에 집에 같이 가는 친구들을 피해 혼자 쏜살같이 집에 가야만 했어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가방을 내려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엄마가 물었어요.

"도유야, 영희 엄마가 그러는데 너 전학 간다 그랬다며?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짓말로 마음 졸였던 도유는 

끝내 엉엉 울음이 터지고 말았어요.

"엉엉엉~엄마~ 전학 가기 싫어요~~~ 

저는 단지 숙제를 못한 것뿐인데~~~ 

거짓말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 엉엉엉"

도유는 다시는 거짓말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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