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 별 Dec 08. 2023

시간을 파는 상점

어떤 순간을 위해 시간을 사고 싶나요?

시침, 분침, 초침이 한 번에 만나는 자정 12시 단 한순간만 시간을 파는 상점은 문을 엽니다.

그리고 단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상점이 문을 여는 시간은 너무나도 순식간이고 단 한 사람만 손님을 받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으로 긴 줄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답니다.

그건 치르는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인데요. 단 한 시간을 사는데 

사는 사람의 인생의 10년이나 줘야 하거든요. 10년과 한 시간을 교환하는 셈입니다.

그래도 한 시간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죠?

희한하게도 한 시간을 위해 10년을 바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제 손님은 53살의 남자 김현준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 너무나도 말썽을 많이 피워 어머니 속을 많이 썩였었죠.

젊은 시절이 너무나도 후회되지만 시간을 돌이킬 수 없었고

돌아가시기 일보 직전인 어머니를 그냥 보낼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의 인생의 10년을 버리고 

단 한 시간을 사기로 결정합니다.

큰 대가를 치르고 산 한 시간 동안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던 그는

마지막으로 손수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을 차립니다.

그리고 한 숟가락을 떠 어머니의 입에 넣어주려 하지만 어머니는 그 밥을 드시지 못합니다.

이미 밥을 못 드실 정도로 쇠약한 어머니는 그의 마지막 효도도 못 받으신 채

"여생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 거라"

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셨죠. 그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이라도 잘 지키고 싶어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하고 다음 날 일어났지만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죽었습니다.

그에 인생은 63세까지였는데 그걸 몰랐던 그는 마지막 여생인 10년을 바쳐 한 시간을 샀던 것이죠.

오늘 손님은 13살 여자 한상희입니다.

"한 시간을 사고 싶어요"

주인은 물었습니다.

"왜 한 시간을 사려는 거죠?"

공부도 하기 싫고 학교도 가기 싫고 부모님 잔소리도 듣고 싶지 않은 상희는 말했습니다.

"한 시간이 필요하다기보다는... 그냥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대부분의 손님은 어제 김현준 손님처럼 시간을 산 것에 대해 큰 후회를 남기기 때문에 

주인은 마지막에 꼭 이 질문을 했습니다.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생각도 깊게 하지 않은 상희는 냉큼 “네” 대답하고 한 시간을 삽니다.

그리고 그 한 시간 동안 잠을 자죠. 눈 뜨면 어른이 돼있을 테니까요.

한 시간이 지난 상희는 어떻게 됐을까요?

10년이 지나 23살이 되었죠. 나이는 23살이 되었지만 그렇지만 몸과 머리는 아직 13살이었죠.

23살이 된 상희를 받아주는 학교는 없었습니다.

검정고시를 봐야 했고 남들이 중고등학교에 해야 하는 공부를 23살에 해야 했죠. 

중고등학교 수업도 못 받은 상희가 대학 시험을 쳐서 단번에 대학생이 될 수 없으니까요.

또 23살인데 몸이 자라지 않아 같은 나이 여자 들에 비해 너무 덜 성숙하여 

또래와 어울리지도 못했답니다.

시간이 지났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겪고 어른이 된다는 것을 모른 13살 상희의 어리석은 선택이었죠.


다들 후회하면서도 한 시간을 사러 10년의 대가를 치르는 사람은 늘 있죠.

그래서 시간을 파는 상점은 문 닫을 일이 없습니다.

오늘은 어떤 손님이 찾아올까요?

이전 05화 아주 특별한 능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