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 별 Dec 01. 2023

아주 특별한 능력

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나요?

이건 정말 비밀인데요.

사실 아영이는 모든 사물과 심지어 모든 동물들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 아영이 엄마는 아영이에게 모든 만물의 이름부터 알려줬는데

이름을 알려준 후에는 꼭 인사를 시켰어요.

"아영아 이건 장미꽃, 꽃인데 이름이 장미야. 장미. 안녕해야지"

"자미, 자앙미"

"옳지 장미~"

"장미 아안녀영~"

"그렇지 잘한다 장미 안녕~"

"장미 안녕~"

아영이가 인사를 하니 신기하게도

장미꽃이 "응 아영아 안녕~ 난 장미야" 하고 말했어요.

아영이도 생긋 웃으며 장미랑 인사했죠.

길을 가다가 강아지를 만나면 엄마가 말했어요.

"강아지~저건 강아지야"

아영이도 따라서 "강이지 강아지 안녕 강아지" 했죠.

그럼 강아지가 "안녕 아영아 산책 나왔니?" 하고 반갑게 인사했죠.

근데 아영이만 모든 만물과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니었어요.

사실 모든 아이들은 이 세상의 무엇하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요.

모든 아이들이 수만 가지의 단어와 말을 순식간에 배우는 건 다 이 때문이에요.

아이들은 옹알이 시작하고부터는 쉴 새 없이 보이는 것한테 얘기를 해요.

"식탁아 너는 반듯해 근데 높아"

"응 그러니 조심하렴"

"물고기야 어디를 헤엄쳐가니?"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지"

"달님아 오늘은 얼굴이 반쪽이 됐네"

"응 해님이 괴롭혀서 그래"

그러면서 아이들은 말이 늘고 생각이 깊어져요. 

그리고 또 감정이 풍부해지죠.

나무가 "햇빛이 너무 뜨거워" 말하면

아영이는 "바람과 친해져" 하고 말했어요.

밥통이 "으아아앙 화나 죽겠다" 하고 김을 내뿜으면

아영이는 "엄마한테 이른다" 하고 엄마를 불렀죠.

진짜 사람과 하는 것처럼 말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서로 아끼기도 하면서

모든 사물과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모든 게 한순간에 멈춰져 불가능 해질 때가 와요.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모든 만물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되죠.

왜 그렇게 되는지 아세요?

그건 바로 눈치가 생겨나면서부터죠.


어른들은 못하는데 왜 나만 얘기할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부터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걱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세상의 만물들은 하나둘씩 아이들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스스로 대화를 멈추거든요.

그렇게 모든 만물과 대화가 끊기면

아이들은 어느새 대화했다는 사실마저 까먹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는 어른이 되는 거죠.

하지만 아영이는 달랐어요.

의심도 걱정도 하지 않고

끊임없이 모든 만물과 대화를 했거든요.

그게 원래 당연하다는 듯 말이에요.

그러니 멈추지 말아요.

주저하지 말아요.

눈치 보지 말아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아주 특별한 능력을 잃어버리긴 아깝죠.

이전 04화 허탈한 행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