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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선아 Nov 23. 2023

사적인 자기소개

셋째 주 연재



<에세이>


사적인 자기소개


   나의 생년월일이 좋다. 2000년 11월 20일. 숫자가 2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20001120. 어떤 코드같이 가지런한 생년월일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 생년월일로 알 수 있는 부가 정보들도 마음에 든다. 전갈자리와 용띠는 항상 나에게 대책 없이 특별한 감정을 준다. 강해 보이기 좋아하는 나는 전갈은 독이 있어서 좋고, 용은 신화 및 전설 속 상상의 동물이라 좋다. 전갈자리에 용띠는 온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냥 가끔 내가 특별하다는 증거로 끼워 넣고는 한다.


   형제자매가 없는 외동 딸이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놀기의 달인이었다.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데 집에서 피아노를 칠 수 없으면 스케치북에 피아노를 그려서 연습했다. 빵집 종이봉투를 모아 빵집 놀이를 했다. 종합장에 방과 사람을 그려 스티커를 붙여가며 꾸몄다. 머리가 더 자라고 나서는 컴퓨터를 엄청나게 했다. 혼자 노는 게 외롭지 않았다. 언니 오빠 동생이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 집안의 첫 아기와 다름없었다. 모든 가족들이 나를 사랑해 주었다. 아무도 나를 미워하지 못할 거라는 거대하고 어리석은 꿈을 꾸며 자랐다.


   인생의 90%는 일산에서 살았다. 지금도 사는 중이다. 일산은 신도시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다. 아직 도시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곳들이 많다. 독립하게 된다면 일산을 벗어나고 싶었다. 명확한 이유는 없지만 내게 더는 새롭지 않았던 탓이었다. 일산의 부동산적인 장점은 잘 모르겠으나 살기 좋다는 건 이제 분명히 안다. 돈만 있으면 어디야 살기 안 좋을까 싶지만 누가 일산을 비평하기라도 하면 기분이 무척 상한다. 남녀노소의 비율이 적절하고, 구식과 신식을 선택해서 즐길 수 있다. 이상하게 공기도 좋은 것 같다. 이건 내 편애에 가깝다.


   무난한 4년제 대학교를 휴학 없이 졸업했다. 그리고 지금은 사장 비슷한 역할로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남의 카페에서 2년을 아르바이트했는데 이제는 나의 카페에서 일한다. 훗날 카페를 하지 않게 되더라도 관련 직종으로 나가지 않으면 억울할 정도의 경력이 쌓이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쉽지도 않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같은 메뉴를 만들며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보낸다. 나의 새로운 인간관계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시간을 쪼갤 대로 쪼개어 자기 계발을 해야 본업을 할 열정이 생긴다. 나의 직무에 꽤 적응했다. 이제 바깥 활동도 계획 중이다.


   중학생 때 마룬 파이브로 팝송을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외국 힙합이 좋았다. 미구엘을 들으며 도서관에 있는 걸 좋아했다. (이 악물고 공부는 안 했다.) 포스트말론을 들으며 국영 학원을 다녔고, 수능을 봤다. 지니, 멜론, 또 지니, 그리고 지금 애플 뮤직을 쓰면서까지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고정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포스트말론의 노래다. 그의 모든 앨범을 듣고, 앨범마다 절반 이상의 수록곡을 듣는다. 비슷한 비율의 스트리밍으로 크리스 브라운이 있지만 그의 앨범은 아직 모두 섭렵하지 못했다.


   게임은 쉽게 질려서 안 한다. 그런데 잊을만하면 자꾸 새로운 게임을 시도한다. 길어야 한 달이다. 내가 제일 꾸준히 한 게임은 아이러브커피와 노노그램이다. 이기고 지는 게임은 성질에 맞지 않아서 하지 않는다. 귀여운 문구 용품을 좋아한다. 귀여운 걸 누가 안 좋아하냐 할 수 있겠다. 나는 아직도 스티커랑 메모지, 키링 같은 것에 돈을 흥청망청 쓴다. 귀여운 것에 대고 양자택일을 하지 않아도 될 때, 나는 스스로 돈을 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 붙일 수 있는 모든 곳에 스티커를 붙이고, 걸 수 있는 모든 곳에 키링을 건다. 귀여운 걸 사면 내게 사랑이 일주일 치는 더 생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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