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고민만
점심에 등산 갔다가 어떤 아주머니랑 산책하는 강아지를 봤다. 원래 산에서 타인에게 말을 잘 안 거는데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아주머니께 먼저 가라고 손짓했는데 아주머니도 길에서 멈춰서 안 가시길래 말을 걸었다.
'만져도 돼요?'
이 말을 하기 전부터 강아지는 내 냄새를 열심히 맡기 시작했다. 손을 주니까 산책줄을 길게 늘이면서 내게 안기고 싶어 했다.
'몇 살이에요?' 물으니까 두 살이라고 했다. 입양한 거냐고 물으니 '아들내외 손주가 키우고 싶어서 입양했는데 결국 못 키우겠다고 해서 데려오게 됐다'라고 했다. '저도 너무 키우고 싶은데 혼자 살아서 못 키워요'라고 했더니 '왜~ 집에서 티브이 틀어놓고 있으면 괜찮다'라고 했다. 하지만 9시간이나 혼자 집에 있는 건 강아지에게 너무 고통일 거 같았다. 그리고 산책도 시켜줘야 하는데 아주머니는 강아지에게 묶여 어딜 가도 저녁엔 집에 와야 된다면서 하소연했지만 그래도 강아지가 있는 게 부러웠다.
'사람은 싫은데 강아지는 좋아요'라고 했더니 동의한다고 했다.
강아지는 내가 자세를 낮춰 잡으니 무릎에 두 발을 얹고 내 손과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흙발이 내 옷에 묻었지만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회사에서 한 번도 웃지 않았는데 강아지를 보자마자 웃게 되고 쓰다듬을 때마다 생명의 온기가 느껴져서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회사 내 누구도 나를 이렇게 반겨주는 사람이 없는데 강아지는 사람을 반겨주는구나 싶어 애견인들이 왜 그렇게 강아지에 환장하는지 알게 됐다.
'강아지 키워봤어요?'
'네 어릴 때요'
강아지에게 '이제 언니 간다'라고 했더니 알아듣는지 아닌지 계속 내게 붙어 있었다. 주인이 '언니랑 잘살아, 엄마 간다'라고 했더니 엄마를 따라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멀어져 가는 아주머니를 계속 바라봤다. 마음만큼은 움켜쥔 산책줄과 함께 강아지를 납치하고 싶었지만, 생명을 들일 때의 기쁨보다 책임감이 더 깊게 다가왔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끝부터 시작하는 나는 모든 이별이 마음 아팠다. 구피와의 이별도 그랬고 사람과의 이별도 그랬다. 그래서 누굴 만나겠다는 생각보단 이제 '모든 순간은 왔다 간다'는 자세로 주변을 대하고 있지만, 그래도 오늘같이 우연히 강아지의 온기를 느낀 날에는 이 감정으로 며칠은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