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이어지는 인연은 없다

의미없는 모임, 친목모임은 이제 안가기로 했다

by 강아

오히려 예전 사람에 대한 기억만이 강해질 뿐이었다. 시험을 보러 서울에 갔고 거기 가면 걔가 생각난다. 그 생각은 집요하게도 계속된다. 몸은 고사장에 있지만 지속된건 과거에 대한 기억들이었다.


걔와 함께 먹었던 햄버거, 플랫폼에 뛰어들어가던거. 조금만 더 있다가면 안되냐는 물음.

더 이상 누군가의 대체재가 되기 싫었다.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그를 만난 날에 대차게 차갑도록 끊고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도 연락하지 않았다. 예전엔 안된다고 하자 다시금 이어왔었다.


그는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한 주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면 가끔이나마 떠올릴까? 기차의 모니터에 내가 사는 지명이 나오면, 한번 찾아오겠다고 말한 그를 떠올린다. 하지만 지난 일이다.


타인에게 잊혀지지 않기 위해선 미결 상태로 두라고 했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만이 그에게서 나를 각인하게 하는 요소란 걸 알았다. 사랑은 도덕이 아니라는 것도. 그렇다면 그와 나는 사랑이었겠지만 다시 연락할 용기는 없다.


연락하면 어쩔건데.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하면 당장은 반갑겠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관계를 진전시키지도 못하고 문제 해결을 할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다릴수 있겠지만 기약 없이 기다리는게 사람을 얼마나 소모시키는지 아니까.


마음이 계속 눌렸다. 계속해서 놓아버리던 날들. 나를 두고 가버린 그. 함께 티비를 보던거. 스시를 먹고 한낮의 카페에서 그를 바라보던 것. 이런 것들은 마치 스틸컷으로 불규칙하고 시간의 개연성 없이 이어졌다. 그때 다른 행동을 취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냥 알 수 있다.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내가 해당 지역을 보거나 가기만 해도 그를 떠올리는 것처럼, 그도 나와 관련있는 지명을 보면 불현듯 떠올리길 바랄 뿐이다. 그녀와 함께할 때 갑자기 나를 떠올리곤 하는 것이 바람이다. 예쁜 걸 볼 때, 계절이 바뀔 때 그때 그런 애가 있었다고 날 떠올려줬으면 좋겠다. 걔와 난 이미 과거의 한 장면으로 남은 것 같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취할수 있는 행동이 없어 답답하다.


10년이 되었다고 좋아했지만 그 시간들은 서로에게 몰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어진지도 모른다. 엄청 애를 썼다면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15년에서 마무리가 된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뿐이다.


한강의 불빛을 보면 걔가 생각난다. 마찬가지로 걔도 좋은거 볼 때 내가 생각나면 지금쯤 연락이 와야 하는게 맞지만 그도 이성으로 잡고있는 걸테다. 어느날 그냥 마음으로 걜 생각하고 있을 때 거짓말처럼 연락이 왔던걸 기억한다. 내가 그를 생각하고 있을 때 연락을 하지 않고, 그도 마찬가지로 내가 생각날 때 연락을 취하지 않는다. 서로의 마음이 통한다는 전제라면, 그렇다면 일상의 많은 순간 서로를 생각하고 있지만 가 닿는건 아무것도 없다. 그럴때마다 조금 ‘글을 쓰고 싶은 감정에 시달린다.’


마치 애원하듯 내게 연락을 해달라고 글을 쓰는 수밖에 없다. 어느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다가 맥락없이 나를 떠올려줬으면, 좋은 그림을 볼 때 기억해줬으면, 총 90년을 살다가는게 인생이라면, 1/3이 온 시점에서 남은 인생을 누군가와 어떻게 살아갈 거냐고 묻고 싶지만 그 대상은 내게 없다.


정답이 있길 바라지만 정답은 없다. 그녀와 평생을 함께하지 못할테지만 그렇다고 버릴수 있는것도 아니다. 가닿지 못할테지만 이처럼 네가 너무 생각나는데 연락할 수 없을 때 넌 어떡하냐고 마음으로 소리친다. 그럼 갠 그럴 것이다. ‘그냥 생각 안해’


하지만 생각을 안하려고 할수록 그것에 매몰되는게 사람인데, 어쩜 이렇게 매정하냐고 원망하고 싶기도 하다. 나도 그러면서, 예전에 걔가 그랬듯이 다시 연락해주길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어처구니없는 행동 생각하면 마음을 접는게 맞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도 난 똑같을 테다. 욕심 많지만 가진건 없어 안절부절 못하던 나는 자주 괴로워했다. 어쩌면 전전긍긍하는 내 모습을 보며 걘 어떤 생각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너무나 풍족해서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그를 생각하면 벽을 앞에 세워둔 느낌이 났다.

누군갈 만나야 하지만 그런 기회조차 차단시키며, 만나게 되더라도 나 또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것이다. 그럼 걜 잊어야 하는데, 타인을 만나면서 어느 순간들에 걔가 생각나게 되는 일은 나와 날 만나고 있는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일일텐데, 사람들은 그런 순간에 기억속의 그를 추억속에 남기며 사는 건지, 그렇다면 그건 너무 잔인한 일 아닌가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