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이성적 만남을 원하는게 아닌데

by 강아


무료할 때마다 체험단을 광클했다.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던 식당일지라도, 주말을 멍하게 보내는 게 아까워서 이기도 했고, 1일 1 포스팅을 하고 있던 차라 하루만 포스팅이 끊겨도 왠지 불만족하게 되던 때였다. 그러던 중 술집이 당첨되었다는 문자가 왔지만, 나는 술을 끊은 상태였다.


역시 문토에서 구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되지 않아 한 남성이 신청을 해왔고, 그는 뒤이어 "제가 그 동네에 사는데 사실 그 가게보다 옆가게가 더 괜찮은데 거긴 어떠세요?"라고 물었고 "아 제가 음식을 공짜로 먹을 수 있어서요"라고 말하자 그는 알겠다고 했다.


당일이 되어, 역시 시간약속에 늦는걸 극혐 하는 나는 일찍 도착해서 스벅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고, 그는 10분가량 늦게 도착했다. 가게 앞에 서있어서 키가 족히 2m는 될법한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역시 "좇됐다"라는 생각이 앞섰지만 이왕 만났고 포스팅도 완료해야 했다.


들어가자 사장은 체험단을 그리 반기지 않는 불친절한 태도로 일관했고, 그러거나 말거나 통성명을 하고 메뉴를 시켰다. 나는 술을 안 먹고 그는 맥주 한잔을 시켰다. 그는 지방대를 졸업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고, 기업에서 발명한 설루션을 관에 셀링하고 있어서 지방 출장이 잦다고 했다.

"저는 빅데이터센터구축 타당성조사를 해요"

"와 같은 직종이라 너무 신기해요. 소개팅 같은 거 해도 업계사람을 만난 적은 없거든요"라고 그는 말하며 화색이 돌았다.


그러며 그의 왼쪽 넷째 손가락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었는데, 궁금하지 않았지만 궁금한 척하는 건 내 고질병에 가까웠다.

"반지는 뭐예요?"

"아 이거 그냥 패션반지인데 제 애인유무를 궁금한 사람이면 물어볼 거고 아님 마는 거고요"

라고 그는 말하여, 졸지에 그와 이성적 관계를 원하는 스탠스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결코 그를 다시 만날 것도 아니었으며 관심이 있지도 않았다. 그는 맥주 한잔을 먹고 한잔을 더 시키며 조금씩 취해갔고 그럴수록 나는 '집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만이 뇌리를 감쌌다. 이야기 도중 세종에 좋은 카페가 있다고 말했는데, 그는 그걸 데이트를 해도 된다고 받아들인 것 같았다.


"어쩌죠.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은데"내가 말했다.

그는 수줍게 핸드폰을 내밀며 번호를 요청했고, 나는 번호를 찍어주곤 말았다.


다음날 그는 약속한 듯이 안부톡을 보내왔고, 톡을 씹자 결국 운전 중이던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날은 일정이 있어 장거리를 뛰던 날이었다. 본가를 다녀오는 길의 그의 전화는 '받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결국 낮은 목소리로 받은 전화에 그는 "혹시 그날 시간 괜찮으세요?"약속을 확정받고 싶어 했고 나는 우회적으로 "제가 어떤 이성적인 관계를 원하는 건 아닌데 그렇게 느껴졌다면 죄송하다"라고 전화를 끊었다.


미칠 것 같았다. 누굴 만나고는 싶은데 꾸역꾸역 나간 자리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가 반복해서 나왔고, 이런 경험은 자괴감을 느끼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