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벌어지는 일들

by 강아


보통 사람들과 오다가다 길이 좁아서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럴땐 내가 먼저 기다려준다. 나는 혼자 하고 상대방은 주로 무리 지어져 있기 때문에 이럴때는 명수가 적은 쪽이 기다리게 되는거 같다.

그러면 상대방의 반응은 주로 '...' 말이 없이 지나가곤 한다. 고맙다는 말을 바라고 기다린건 아니지만 그냥 그렇다. 간혹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럼 '네' 하고 슝 가버린다. 아니면 목례를 할때도 있다.


보통 혼자 등산하는 여자는 많이 없는데 어떤 날은 혼자인 여성이 나를 바라보지 않고 '안녕하세요' 하길래 나도 '안녕하세요' 인사 한적은 있다. 단지 날 보지 않은채 얼굴엔 웃음기가 있어서 왜인진 모르겠지만 조금 안도했다. 보통 등산하는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걷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의 오지랖은 발현되기 마련인데, 가끔 오다 가다 마주친 어르신이 '주머니에서 손 빼고 다녀야지 다쳐'라고 하길래 '네' 하고 빼고 갔다. 물론 그전에도 지인이 주머니에서 손 빼고 다니라고 했었고, 산에선 그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속으로는 '수족냉증이 있다구요' '남이사' '잔소리 안들어~~~' 등등의 생각을 했지만 앞서 아재의 말에는 '그래도 생각해서 하는 소리겠지 나랑은 완전히 타인인데 안해줘도 그만인데 해준거니까' 왠지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제는 정말 싫은 경험을 했는데, 낯선 사람이 '안녕하세요' 하길래 '안녕하세요' 했다. 뭔가 산속의 호의에는 묵묵부답으로 있지 말자는 나름의 사고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예전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낯선 상대방을 경계하고 그래서 동물적 감각을 갖게 되는지 단 3초의 그 순간으로도 상대방의 눈빛으로 어느 '감'을 캐치할수 있기 마련이다. 뭔가 상대방의 눈이 흔들리더니 뭔가 불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역시나 다시금 '자주 뵙네요' 라는 말이 등뒤에서 들렸다. 못들은 체 하고 길을 계속 갔다.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산을 다니는 타인들은 그런 식으로 2번 말걸진 않았다. 낯선 사람에 대한 폭력이 만연한 작금의 뉴스들을 봐서 그런걸수도 있다. 아니면 지난 경험으로부터 모르는 사람에 대한 길에서 말걸기하는 안좋은 헌팅경험으로부터 내 방어기제가 작동한 걸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스쳐 지나가지, 어느 순간 기다려서 다시 말을 걸진 않는다. 소름이 돋고 말아서 다시는 마주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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