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원래 불공평한 거야 바보야

by 강아

사회공헌 점수가 부서평가에 들어가서 봉사활동을 해야 했다. 지금까지 한 봉사활동은 다양했는데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활동이 있었고, 사회적 자립이 어려운 자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봉사도 있었다. 돈을 내면 기부영수증으로 실적이 인정되기도 하지만 뭔가 이런 봉사활동을 통해 나름대로 얻는 생각들이 있다.




처음에 대전역에서 노숙자들에게 급식을 하는 일은 시작부터 고됐다. 골프존과 인근 사회복지단체가 연계해서 이뤄지는 무료급식은 재료를 준비하는 시작시간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고 그 줄은 계속 늘어났다. 명부에 이름을 쓰고 조끼를 입고 자원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눈 다음 테이블을 닦고 의자를 정리했다. 일은 계속 있는데 쉴틈이 없고 계속 서있어야 해서 잠깐 대전역으로 피신을 갈 만큼 일은 힘들었다.


하지만 봉사자의 얼굴은 사회생활에서는 볼 수 없는 해사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높지 않을 수 있지만 나누는 사람이 가지는 깨끗함이 있었다. 하지만 급식을 받는 사람들은 아수라장에 가까웠는데, 음식을 더 달라고 하고 자리를 먼저 앉겠다고 싸우며 그들이 다시 배식대로 오면 질서가 흐트러지기 때문에 자원봉사자가 급식판을 받아서 음식을 덜어서 다시 가져다주는 일을 반복했더니 혼이 나가는 것 같았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그들이 가난하게 된 경위와, 가난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팍팍함과, 또 그런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사람들의 헌신을 생각했다. 근데 어떤 뿌듯함 보다는 '질렸다'라는 감정이 들었다. 이건 내가 그자들의 상황이 되어보지 않아서 느끼는 알량한 감정이었을까.






한 번은 지적장애인의 작업장소에서 활동을 보조하는 업무를 했는데, 도착하게 된 장소에서 복지센터의 직원에겐 담배냄새가 짙게 났다. 그 직원은 친절하게 작업을 알려주었는데, 그가 핀 담배는 현실을 잊으려고 피는 담배일까 그냥 습관적으로 피는 담배일까. 그 장소에는 30명가량의 장애인이 모여 있었는데 온전치 않은 그들을 마주하자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그러나 각각의 사람들은 내게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는데 새로 온 내가 신기한지 한 명씩 찾아와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작업은 에어컨에 들어가는 부품을 조립하는 것이었는데 어떤 사람은 강박에 걸린 것처럼 계속에서 조립했고 어떤 이는 내 알바 아니라는 듯 아예 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을 대신해 그 몫까지 조립을 해주는 것뿐이었다. 인사 이후에 사는 곳이 어디냐 물은 간단한 질문에도 그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활동은 신체검사를 하는 것으로 이어졌는데, 장애인체육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키를 재고 윗몸일으키기를 몇 번 하는지 테스트하고 계단 오르기 횟수를 재는 일들이었다. 활동장은 고요했고 다들 묵묵히 자기 일을 할 뿐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망한 주식과 회사의 번잡한 일들이 한순간 의미가 없어지는 것 샅았다.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몰려왔다. 나는 언젠가부터 내 상황에만 몰입되어 어느새 주변을 바라보지도 않고 철저히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집에 돌아올 때 어떤 이는 운 좋게 건강하게 태어남에도 불구하고 갖지 못한 걸 원망하며 자신을 파괴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온전치 않게 태어났지만 그저 주어진 현실을 살아갈 뿐이라는 것이 어딘지 불공평한 느낌이 들었다. 삶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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