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말에 친구를 만나러 서울에 자주 올라간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 집에 있던 나는 요새는 누군가 날 필요로 하면 기꺼이 간다. 그 친구와 성인이 되고 잘 만나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의 사회생활로 인한 친구들을 사귀면서 그들과 주로 가까워진 탓이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들은 손절 등의 이슈로 멀어지게 되었고 나 또한 수많은 관계의 단절을 겪으면서 결국 핏줄밖에 남는 게 없다는 사실에 순응하게 된 것이다.
정말 피가 섞여서인지 그녀에게 가는 시간은 아깝다고 주로 느끼지 않았다. 그녀가 서초고 나는 세종이라 거의 내가 올라가는 구조였다.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과 잘 어울리는 친구였고 막상 그녀가 내려온다고 해도 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프라 핑계를 대지만 막상 가서 하는 건 사우나하고 카페에서 공부하고 세종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처음에는 사우나 가는 것이 너무 익숙하지 않았는데, 여성전용사우나라고 하지만 사실상 목욕탕 또는 찜질방을 사우나로 명칭 하는 것뿐이었다. 거긴 외국인들에게 소문이 나서 입구에 들어서면 데스크가 영어로 고객을 안내하고 있으며 욕탕에는 중국어 및 일본어 등 흡사 외국에 와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특히 익숙하지 않았던 건 친구의 알몸을 보는 것이었는데, 그녀는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어릴 적에 서로의 몸을 본적이 분명 있을 텐데 이제 완연한 30대의 몸을 서로 본다는 건 괴이하게까지 느껴졌으나 그마저도 몇 번 보니까 그러려니 됐다.
관건은 땀을 빼는 것이었는데, 숨이 막힐 듯한 공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으면 땀이 안나는 체질이라 알고 있던 나도 비 오듯 뚝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면 온몸의 수분이 빠져나간 기분이 드는데 그럴 때 마시는 호박식혜가 꿀맛이라는 것도 친구 때문에 알았다. 일상에서 항상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종종거리던 나는 그 공간에 가면 휴대폰을 보지 않고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관조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사우나를 좋아하게 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