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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Dec 10. 2024

승진 욕심 버리기

교육실적을 연말까지 채워야 하기 때문에 연차를 내고서라도 외부에서 활동하여 실적을 채우고 왔다. 그럼에도 채워야 할 점수는 여전히 있어서 그걸 지나가는 말로 그에게 말했더니 무슨 말만 하면 '누구누구 교육실적 부족하대'를 소문처럼 퍼뜨리는 것이었다. 나만 부족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실적 없는데요?라고 말하면 타인에 대한 공격이 되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는데 대외적으로 내가 부족한 듯한 인상을 주는 게 극히 거슬렸던 것이다.


뿐만 아니다. 몸이 차서 회사에서 전열방석을 이용하고 있는데 원칙적으로 회사에서는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게 맞다며 퇴근할 땐 선을 뽑고 다니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말을 들은 그날에 선을 뽑아놓고 갔는데 회의가 끝나고 와서는 같은 말을 하는 것이었다. 동일한 말을 듣는 것을 혐오하는 나는 '잔소리'라고 그에게 말했더니 그는 '뭐 잔소리?'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었고, 그 말에 행동을 교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말을 듣는 건 노이로제가 걸릴 만큼 미칠 노릇이었다. 그에게 '맞잖아요'라고 응답하자 그는 '알았어'라고 일단락되긴 했지만 회사에서 이런 소리를 듣는 게 퇴사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다.


며칠 전부터 상사에게 인사를 안 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회사를 11년째 다니고 있고 명백히 내 뒤로 들어온 후배가 있다. 그는 남자이며 가정을 꾸리고 있다. 상사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던 때 내 선배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게 되어 그렇게 되면 내가 대결권자가 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는 나보다 늦게 들어온 남자에게 대결을 하였다. 하지만 이는 다음 승진서열도 그가 될 것이라는 걸 내포하기도 했다.




사실문제는 대결이 아니다. 대결을 누가 하느냐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승진 욕심도 막상 승진발표날이 되어 또 누락되었단 걸 확인할 때마다 좌절하긴 하지만 권위를 세우지 않는 나는 그것 또한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도 후배가 올라가는 걸 볼 때마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며 또 퇴사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분명히 원치 않는 사람들과 부딪히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화로운 나날이 반복되면 이마저도 그리워질 것 또한 안다. 삶을 바꿔보겠다고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지만 그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면 한순간은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핸드폰만 바라보게 된다. 연말이어서 그런가 아쉬운 것만 생각나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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