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가족적이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크리스마스만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해야한다는 문화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날을 특정해 혼자 있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기도 하고 왜 365일 중에 하나인 날을 예수탄생일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삼삼오오 모이게 하는건지는 결국엔 마케팅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그런 이데올로기 등을 깨부실려고 지금은 노력하지만 예전에는 나도 그런데 속해있을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마스는 어김없이 다가왔고 나는 헤어진지 2년이 된 시점이었다. 연인과 함께 보내라는 성화들로 매스컴은 도배되었고 나는 정말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는 건가에 대해 두려움이 들었다. 그래서 급하게 모임에 가입해서 성탄절 모임을 검색했고 그중 하나는 주최자의 집에서 파티를 하는 것이 있었다.
그 주최자는 대전사람이었고 당시 회사에서 나누어준 케이크가 있어 그걸 들고 갔더니 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처음 가보는 단지라 주차를 걱정했는데 역시나 주차자리는 부족해서 지상주차장에 겨우 차를 대고 엘레베이터를 탔다. 심호흡을 하고 초인종을 눌르자 길가에 지나치지만 그날 잠이들때면 전혀 기억나지 않을 얼굴이 날 맞이했다. 집은 구축이어서 오래된 느낌이 많이 났고 그는 부모님이 같이 살다가 나가서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예전부터 모임을 활동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야말로 갑자기 나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어색함에 몸둘바를 몰랐지만 조악한 풍선과 트리가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라는 옅은 안도감을 주었다.
그 날은 별건 한게 없었다. 단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족발, 치킨 같이 시켜놓은 음식들을 먹고나서는 보드게임을 했다. 정말이지 관심이 가는 사람 또한 없었으며 거의 몸만 거기 있고 정신은 이미 집에 와있는 상황이었다. 점점 하품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아쉬운 척 하며 자리를 빠져나왔고 차에 올라타는 순간 집으로 간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다시는 크리스마스를 빙자한 그런 모임을 가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