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만 있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by 강아

이니셰린의 밴시를 보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갑자기 단절을 고한 적을 생각했다. a는 시간은 점점 흘러가는데 남긴 것이 하나도 없어서 괴로워한다. 그러며 b에게 그동안의 쓸데없는 시간낭비를 하고 싶지 않아 졌다고 말한다. 반면 b는 그건 다정한 시간이었지 쓸데없는 시간이 아니었다고 항변한다.


b는 여동생과 당나귀와 산다. 여동생은 답답하고 정체된 시골생활에 답답해하다 결국 떠나고 a, b 관계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b가 a에게 예전의 관계로 되돌아가자고 말할 때마다 a는 자기 자신을 파괴한다. b는 마을의 바보와는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바보는 b의 누이에게 고백했다 자살하고 자꾸 방해하는 b의 당나귀를 a는 죽인다. 그때까지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했던 그는 그제야 그에게 직접적 피해를 입힌다. 그전까진 이간질 등 간접적 방법을 취한 것에서 더 노골적이 됐다. 나는 a의 좌절감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본인이 바라지 않는다면 상대의 따듯함도 무용하다.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도, 시간의 한정성에 따른 가치도 a에게 감정이입이 됐다. 나 또한 누군가가 치대는 걸 시간을 뺏긴다고,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복수의 끝은 무엇인가. a는 개를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b는 언제든지 (개는) 보살필 수 있다고 말한다. 한때 서로에게 다정했던 사람들은 어떤 계기로 인해 멀어지기도 한다. 상대방이 필요로 하지 않는 도움은 폭력일 뿐이다.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만 있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keyword
이전 05화회사에서와 집에서의 다른 마음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