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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와 집에서의 다른 마음가짐

by 강아

회사에선 가지 않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이 시간이면 공부를 하는 게 더 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퇴근하고 학원에 갔다. 퇴근시간이어서 그런지 30분이면 가는 거리는 1시간이나 걸렸고 교통체증을 겪어보지 않은 나는 가다 서다 하는 게 노이로제에 걸릴 것만 같았다.


처음 가는 학원이었지만 주차장이 없어 유료주차장에 대야 했고 건물은 노후화된 꼭대기층에 있었다. 오래된 시멘트계단을 올라가서 문을 여는 순간에도 들어가기 싫었지만 지금까지 왔다는 것 때문에 결국 가게 됐다. 전화로 상담받으러 오라던 원장은 바로 대면하기 그랬는지 소속선생에게 상담을 시키다가 본인이 나중에 왔다.


회계학원이었는데 그는 하나씩 질문을 했지만 하나도 기억나는 건 없었다. 관련과를 졸업했지만 그런지도 10년이 넘었고 계속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더니 '기억이 나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모르는 내용을 내가 왜 배우러 왔겠는가. 그는 '어느 대학 나왔어요?'라고 물었고 '00요'라고 말하자 '거기 괜찮은데'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는 나보다 좋은 대학을 나왔을 것 같진 않았다.


퇴근 후 도착하면 8시라 했더니 '수업은 7시부터 시작해서 개인교습을 받아야겠다'라고 말하며 새끼원장한테 토스를 해주었는데 나는 정작 그 연락처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 입장에서도 '대전에선 이런 학원이 없을 거고 서울에는 주말반이 있을 거예요'라며 수업을 들어도, 듣지 않아도 괜찮은 듯했다. 나는 퇴근 후 도로정체 운전으로 피곤해진 상태였으며 회사에서의 마음가짐이 조금 사라진 상황이었다. 다시 오래된 시멘트계단을 내려오며 밀린 과업을 해결하기로 했다.


가고 싶던 빵가게가 있었으며, 지나치는 길에 저녁식사도 간단히 김밥으로 해결했고 집에 과일이 없어 마트에도 들렀다. 노브랜드 계산원은 카트에 김밥종이를 보곤 '이게 뭐죠?'라고 했다. '버려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했더니 '여기는 그런 걸 처리할 수 없어서요'라고 정확하게 말했다. 그 사람에게선 암내가 진하게 났고 그 말을 하는 순간 '그냥 집에다 버리자'라며 쓰레기를 들고 나왔다. 과업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게 왜 이리 힘이 들기만 한지 세탁물을 맡긴 것도 있어 그것도 찾아오니 밤이 되어 있었다. 회사에선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에오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란 공간이 고통스러우니 더 고생해도 된다고 생각했던게 집에 오면 온전한 휴식시간은 그 어떤 공부로도 채우기 싫다. 매일 읽고 써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 명확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게 스스로 불안하고 심지어 뒤처지는 것 같게도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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