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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로 알게 된 진정한 관계

by 강아

생일이었다. 회사사람에게 축하받고 싶지 않아서 알림이 안 가게 했다. 아침이 되니 가족과 절친에게서 연락이 왔다. 점심은 빵으로 때우고 회사로 돌아갔다. 한참을 활자를 읽다가 회사에 인턴으로 근무했던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알림 안 뜨게 했는데 어떻게 알았어?'

따로 저장을 해 놓은 모양이었다. 그 친구랑 일하면서 상사의 부조리함을 많이 느껴서 자주 뭉쳤었다. 상사는 가령 부하직원에게 일을 시키고선 본인은 애니팡을 하고 있었다. 세 번 보고할 때마다 매번 그러고 있어서 인턴은 말했다. '고쳐주세요' 그러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애였다.


상사는 그 밖에도 웃기지 않은 개그를 하고 웃을 때까지 기다리는 태도가 있었다. 나는 같잖아서 썩소로 일관했다. 앞서 말한 인턴도 그랬다. 하지만 회사생활하며 그런 발언에 웃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힘들지 않아? 안 웃긴데 웃어야 하는 거'라고 하자 그녀는 말했다. '웃어주기만 하면 되는데요' 그걸 보고 역시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단 걸 알게 됐다.


기프티콘이 아니더라도 말 한마디가 고픈 건데, 인턴이 생일 축하만 해줬어도 고마웠을 게다. 축하도 받고 싶은 사람에게 받아야지 친분이 없는 상태에서 받는 것도 곤욕스러울 것이다.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역시나 팀직원은 축하를 안 해줘서 다행이었다.




그러던 무렵 옆 팀 친분이 있는 직원이 역시 축하한다고 했다. 아마 직원생일표를 본 모양이었다. 그녀와는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게 같아서 친해지게 됐다. 그녀는 문창과를 졸업했는데, 생계와 관련 없는 전공을 해서 더욱 멋있어 보였다. 피아노에 대한 관심도 같았다. 다년간의 회사생활로 인간에 대한 환멸이 들어 다른 사람은 개무시하는 것과 반대되는 행동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고통받았던 팀에서 근무하는 걸 보고 어떤 동질감이 들어 말을 트게 됐다.


친해지고 싶어 집에 초대하게 됐고, 막상 와서 음식준비와 설거지를 도와주기도 했다. 그녀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그녀처럼 욕심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그녀는 노조행사여서 집에 합법적으로 일찍 갈 수 있는 날에도 일이 있다며 회사로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나 또한 중요한 일이라면 그랬을 테지만 일에 대한 책임감이 나랑 닮았다. 하지만 내가 입시를 위해 겪었던 고통 같은 건 그녀는 겪지 않은 거 같아서 어떤 여유로움이 느껴져 좋았다. 삶을 일로만 채우지 않고 일 년에 한 번은 날씨가 반대인 곳에 가서 쉬고 오는 것도 좋아 보였다. 나는 일과시간 외에도 투자 같은 자산을 불리기 위한 것에 눈이 희번덕해 있었다면 그녀는 그런 것과 동떨어져있었다. 너무 투명해서 남에게 해 같은 건 하나도 끼칠 줄 모르는 여자가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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