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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것에 매몰되면 인생이 너무 아깝잖아

by 강아

회사에서 폐기물을 내놓았다. 창고에 있는 자료를 버리면서 '이럴 거면 왜 이렇게 많이 만드냐' 생각이 들었고 예산이 아까웠다. 그걸 또 수레에 실어서 버려야 하는 것인데 a4박스를 치우면서 겨드랑이에 땀이 나는 게 느껴졌다. 그나마 힘이 없어 직원들이 도와주긴 했다만 나르는 동안엔 잡생각이 안 들어서 좋았다. 이런 경험은 '몸 쓰는 직원들의 상쾌함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실제로 일은 고됐지만 하고 나니 30분밖에 안 지나있어서, 시간의 상대성을 느끼게 했다. 확실히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과는 다른 시간흐름이다.


어제 상사가 '너도 좀 돕지 그래'라는 말이 오늘까지도 종종 생각이 났다. 얹힌 것은 아니다. 그가 아들에게 하는 말투는 세상 다정하다. 물론 나는 그의 아들이 아니니까 그가 언성을 높이거나 하대체(~해)를 하는 것도 그럴 순 있는데 기분 나쁜 것도 사실이다. 회사생활을 통해 느낀 것은 '상대방은 나를 아끼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니 그가 하는 말은 내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즉, 나를 존중하는 사람 말만 들으면 되지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그가 내게 하는 말은 무시하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의사결정은 맞지 않는 날이 더 많았고 어떤 측면에서는 사업담당자인 나보다 모르는 부분이 있다. 처음 일 년간은 탐색기였지만, 그의 '특정 부분에 있어서 자기 생각을 확고히 해서 고치기 싫어하는 면모'로 인해 타기관에 가서 욕받이 하고 오고, 그가 모르는 부분을 내가 상위에 가서 설명하고 오면서 나의 '상대방을 고깝게 보는 태도'가 그에게도 보였던 듯하다. 이건 유년시절부터 그랬고 그때도 사람들은 재수 없게 생각했다. 그 상황이 지금도 동일한 것이다.


'상대방보다 내가 나은 게 존재하고 그럼 나는 자만한다. 그럼 상사(친구)는 그런 나를 싫어한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도 그런 걸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추구하는 목표가 있었고 그런 관계에 일일이 신경 쓰기엔 내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동일하다. 상사와의 불화에 신경 쓰기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 인사발령은 여전히 스테이였지만 그럼에도 맞지 않는 상사와의 마찰에 타격이 없는 것은 언젠가 이것도 끝날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와의 관계는 평생가지 않는다. 나는 나름의 목표가 있고 그것은 회사에서의 진급이나 성공이 아니다. 관계에서 만족감이나 행복을 느끼기보단 어떤 성취로부터 오는 게 나를 충족시켰다.


그런 걸 생각하니 다음 주가 너무 기대가 됐다. 맞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에 치중하기보다 나를 아끼고 도와줄 사람들을 만난다는 게 내 성장으로 이어지고 그것으로부터 도파민을 얻는 나를 알게 되니 일부러 아침에 '인사 안 하냐'라고 타박하면서 인사하려가니 등을 돌리고 있는 상사를 마주하고도 '지랄하네'라는 생각뿐 더 이상 나를 막을 수 있는 건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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