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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가 필요해

by 강아

요샌 장 봐서 요리한다. 요리가 너무 귀찮을 때가 있었지만 식재료가 있으면 음쓰를 막기위해 또 어떻게든 요리하게 되는 것 같다. 치킨 한 마리면 하루에 끝나지만 닭다리살을 사서 요리하니 여러 번 먹을 수 있고 재료도 신선하니 괜찮은 듯하다.


하루 종일 주식만 봤다. 종목분석하고 코스톨라니 책 읽으니 소강상태가 왔다. 퇴근할 시점에는 배도 고파서 또 장을 봤다. 요샌 독서모임을 안 가고 혼자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과의 만남은 처음엔 신선함으로 다가오지만 그 역시 무료함으로 바뀌게 된다.


냉장고의 오래된 반찬을 버렸다. 어떻게든 먹으려고 했던 어머니 반찬이지만 오래 묵혀둘수록 자리만 차지하게 됐다. 그걸 음식물쓰레기에 버리며 쾌감을 느꼈다. 원하지 않는 반찬, 하지만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임을 알아서 군말 없이 받는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보다 생산자가 되고 싶었고 남들의 의견을 경청하기보다 내 의견을 앞세우고 싶었다. 유튜브는 구독자 1명이 늘었고 주식 수익은 아직은 목마르기만 하다. 이미 마음은 퇴사로 기울었는데 몸만 회사에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죄책감을 느끼진 않는다. 그런 사람도 많을뿐더러 지금껏 공부한 걸로 정당한 취업과정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냥 출근하면 답답하다가 점심시간에 집에 와서 잠깐 숨통이 트이다가 다시 돌아가서 인내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세어보니까 솔로 4년 차가 되었다. 그러려고 한건 아니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다. 누구 말마따나 이젠 누굴 알아가는 과정도 피곤하다.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을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근데 누구 앞에서 아무 말을 해도 괜찮을 사람이 필요하긴 하다. 떠난 그는 왜 그리 돈에 집착하며 사람을 수단으로만 봤을까. 그가 사랑을 못 받아서 그런 거라 생각하며 한때는 죽이고 싶었던 그가 불쌍하게 느껴진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가는 여행, 하지만 여행을 다녀와서 다시 복귀해야 하는 현실은 언제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느껴졌고 이제는 그것들이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절실하게 돌파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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