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작년보다 시계열 수치가 낮게 나와서 상위는 난리였다. 그렇게 소심해서 일은 어떻게 하나 싶을 정도로 수치가 줄은 것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냐며 내 보스한테 말한 것이다. 그럼 또 보스는 나에게 난리다. 이런 호들갑 떠는 스타일에 이젠 대꾸도 하지 않지만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옆계의 조사수치와 비교하여 자료를 주고, 전문관한테 자문을 구했더니 그 역시 문제가 없다는 듯이 말해 보스는 안심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전문관과 내 상위와는 친하지 않은지 서로 이야기는 안 하는 모양이었다. 나여도 서로 이야기하기 싫을 것 같긴 하지만. 그렇게 전문관이 돌아가고 나서, 수치가 나왔는데 그나마 작년과 비슷한 수치였다. 시계열로 늘어나는 추세는 아니지만 이전에 줄었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기 때문에 상위는 안심하는 듯했다.
하지만 또 이걸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하냐며 오늘 아침에도 보고서 수치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상위는 자기 급끼리 이야기한다며 내 보스에게 전화하다가 이젠 실무자인 내게 전화를 하는 것이다. 급박하게 수치를 묻는 것이 아닌 것이어서 대답했더니 본인도 헷갈리는 것 같았다. 그럼 내 보스는 불안해하고 나한테 토스한다. 왜 이렇게 안달복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전부터 학습해 왔던 거라면 할 말 없지만.
결국 백자료를 만들어서 전달했는데 그걸 또 이쁘게 안 만들었다고 오늘 보스가 한소리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럴 때마다 자리를 박차고 그대로 회사를 퇴사하고 싶어진다. 도대체 데이터를 엑셀로 보내는 것과 한글로 보내는 것의 차이가 무언지? 그저 상위가 그 윗급에게 보고하기 좋도록 자료를 갖다 바치는 하인 수준이다. 하지만 어찌 만났던 상사마다 보고서를 이쁘게 만드는 것에 집착했고 그럴 때마다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퇴근까지 2시간이 남아 있었다. 보고하러 갈 때마다 보스 책상의 널브러진 쓰레기와 정리되지 않은 책상도 보고 있기만 해도 토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뒤에서만 뭐라고 할 뿐. 그러면서 보스는 타인의 습관을 지적하기 바쁘다. 본인을 먼저 돌아볼 생각보다 빈정대는 걸 찾아 헤매는 그, 공무원의 따까리가 되어 충직한 개가 되어 있는 그 모습을 보면 그런 회사에 같이 다니고 있는 나도 한심할 뿐이다. 꾸역꾸역 참으며 다니면서도 한 번씩 이런 때가 찾아오고 다음날은 가기 싫은 내 마음과 달리 발걸음은 회사로 가고 있는 게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가 되어 인지부조화가 오는 것 같다. 그게 내게 진실하지 않은 걸로 자꾸 보이고 그런 모멸감은 한동안 없어지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