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은 못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음악을 연주하는 삶을 꿈꿨다. 그래서 합주 모임에 나갔는데 하루라도 빨리 무대에 서고 싶어 간 1번째 모임은 보컬과 세션만 있는 모임이었다. 연습해 오란 곡이 있었고 연주하니 미스터치가 났는데 그걸 보고 '이렇게 연주해선 안된다'며 그는 단박에 타박했다. 틀린 걸 인정을 하지만 처음 모임부터 이러면 앞으로의 연습이 원활하지 않을 거 같아 안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1 모임을 간 건 버스킹 신청이 다음 주까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연주영상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급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스피커가 신시사이저와 연결이 안 되어 소리가 작게 나서 꽝꽝 친걸 그는 '그렇게 치면 안 된다'라고 했다. 물론 연주를 할 땐 나조차도 미끄러지듯 하는 게 좋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지적하는 그는 얼마나 잘하길래 그러는지 사실 그도 그렇게 잘 부르는 게 아닌데 예의상 '잘 부른다'라고 했더니 그는 진짜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러고 2번째 모임에 갔는데 각자 할 부분을 연습해 와서 한 번만에 합주가 끝났다. 하지만 합주가 끝나자마자 사람들과 엮이는 게 싫어 금방 빠져나오곤 하는 나는 여전하다 싶다. 그냥 사람들을 만나서 배려하고 경청하는 게 많이 애를 써야 하는 작업이라 기피하게 된 이유도 있다. 막상 2번째 모임은 서로가 연주할 때도 배려하는 게 흡족했지만 끝나고 잠깐의 시간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1번째 모임의 여파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집에 와서 굿윌헌팅을 봤는데, 내게 주어진 재능은 뭐고 난 그걸 적절히 쓰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세상에는 재능이 있어도 그걸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오늘 연주하면서 진정으로 즐겼는가는 잘 모르겠다. 그냥 틀리지 않으려고 했을 뿐. 집에서 혼자 피아노를 연주해도 끝나고 나면 허무함이 남는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음악이 맞나? 그렇다면 트레이딩은? 타이밍을 잘 잡아 빠져나왔지만, 끝까지 수익을 먹지 못한 것에 대해선 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럴 때도 돌아버릴 것 같다. 이런 허무함을 갖지 않으려면 배수의 진을 치고 진짜 수험생으로 가야 하는 건가. 뭔가를 끊임없이 하는데 실속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윌은 결국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여자를 잡으러 가는데, 나는 내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을 못 만난 것도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고, 해소되지 않는 생각들만 뇌리 속에 가득 찬다. 결국 이 쓸데없는 1000가지 생각들에 해결이 나올 수나 있을까 고민만 하고 있다.